[기자의 눈] 쇳물 굳을 판인데..규제만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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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16일 09:29:19
    [기자의 눈] 쇳물 굳을 판인데..규제만 펄펄
    환경 문제 놓고 철강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많게는 수 조원대 추산
    주요 현안 앞에서 입다문 협회장…대한상의·경총의 소신발언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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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05 13:00
    조인영 기자(ciy8100@dailian.co.kr)
    환경 문제 놓고 철강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많게는 수 조원대 추산
    주요 현안 앞에서 입다문 협회장…대한상의·경총의 소신발언과 대조


    ▲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철의 날'이 '철이 멈춘 날'로 명칭이 바뀔 처지에 놓였다. 지자체의 제철소 조업 정지 처분에 사실상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간 철강사들은 고로(용광로) 점검·보수 과정에서 브리더를 개방해왔다. 브리더는 공정에 이상이 발생하면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안전장치다. 개방하는 동안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이 배출된다.

    지자체들은 방지시설 없이 임의로 브리더를 여는 것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철강사들은 브리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전세계 제철소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즉각 해명했지만 공무원들이 '미세먼지 저감' 아이템을 찾는데 혈안이 된 상황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만무하다. 어쩔 수 없이 철강사들은 조업 정지를 미루기 위한 행정 소송을 준비중이다.

    조업 정지는 철강사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 없다. 5일 이상 가동 중단을 중단하면 쇳물이 굳어버려 복구에만 3개월 이상 걸린다. 복구가 안되면 고로를 재건설해야 하는 데 이 작업만 2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대제철은 현재 열연 가격(톤당 72~74만원)을 감안해 3개월간 조업을 못하면 8000억원의 손실이, 24개월이면 8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조업 정지 낙인이 찍히면서 수급 차질을 물론, 글로벌 경쟁사에 뺏길 물량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 정도가 아니라 발등 위의 쇳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사들의 존폐가 놓인 상황에서 당연히 철강협회 수장의 입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4일 열린 '철의 날' 행사 직전 "협회 차원에서 해명 자료가 나올 것"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부를 의식한 듯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자리엔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참석했다.

    최정우 회장이 자리를 피한 직후 나타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용광로에서 브리더(안전밸브)를 여는 것 외에 다른 기술은 없다"고 발언하며 협회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알렸다. 안 사장은 "현재로서는 조업 정지 후 재가동할 경우 더 좋아질 방안이 없어 고민이 된다"고 언급해 고로를 정지하고 재가동하더라도 지자체가 지적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철강협회장은 철강 현안에 대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철강협회는 홈페이지에 주요 활동으로 '철강산업 여론 형성 및 정책지원' '회원서비스 및 철강산업 이미지 제고' 등을 게재했다.

    대한상의, 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 수장들은 주요 현안마다 소신·작심발언으로 정부를 저격하며 회원사들의 입장을 속시원히 대변해왔다.

    실제 손경식 경영자총협회장은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지자 작년 10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률(10.9%)이 너무 많아 제고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피부 곳곳에 화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냄비 안 개구리"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대표자로서 정부의 가속페달에 작심발언을 한 것.

    업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서 입을 다문다는 것은 협회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것과 다르지 않다. 철강사들은 창사 이래 최악의 이슈를 맞고 있다. 정부의 협조 없이는 천문학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 나설 수 있는 자리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됐다. 최정우 회장의 침묵이 그래서 더 아쉽다.[데일리안 = 조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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