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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노총, 떼쓰기 멈추고 조선업 살리는데 동참해야


입력 2019.05.31 12:18 수정 2019.05.31 14:15        박영국 기자

주총장 봉쇄해 놓고 "장소 변경은 위법" 적반하장

조선업 구조조정 동참이 수만명 근로자 일자리 지키는 길

주총장 봉쇄해 놓고 "장소 변경은 위법" 적반하장
조선업 구조조정 동참이 수만명 근로자 일자리 지키는 길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오전10시께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 봉쇄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오전10시께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 봉쇄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한 물적분할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주총 의결 자체는 반대 없이 무난하게 이뤄졌지만 주총이 열리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상급 단체인 민주노동조합 총연맹의 주총 저지 시도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은 지난 27일부터 주총 개최 장소였던 울산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하고 법원의 퇴거 결정을 무시한 채 주총 당일까지 봉쇄를 풀지 않았다. 노조는 주총 시작 시간인 10시까지 주주들의 입장을 막았고, 결국 이날 오전 11시10분으로 시간을 연기하고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를 변경한 뒤에야 주총을 개최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주주들은 주총에서 물적분할을 원안대로 의결했지만 노조는 떼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금속노조법률원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날 주총에서의 회사분할 결정은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상 2주 전에 주주들에게 주총 소집 관련 통보해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변경된 주총 장소로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만을 미리 이동시켜 의결처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3%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주총에서 의견 표명은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었으니 주총 자체가 위법이고 통과된 안건은 유효하지 않다고 민주노총은 주장했다.

주총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게 된 원인을 본인들이 제공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본인들이 사전 통보된 주총 개최를 방해해 놓고 시간과 장소 변경이 위법이라고 주장하니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변경된 시간에 주총이 시작되기 전부터 해당 성명을 발표했다. 주총이 원안대로 통과됐을 상황을 가정한 성명이었다. 일단 주총이 개최되면 주주들이 원안에 찬성할 것임을 민주노총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30.9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고, 지주사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지배하고 있는 아산재단과 아산나눔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지분율이 33.96%에 달한다.

여기에 9.35%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도 찬성 의결권 행사 방침을 미리 밝혔었고, 주요 의결권 자문사도 찬성을 권고했었다.

노조가 반대하고 물리적으로 저지한다고 주주들이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할 길이 막힌다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장소를 바꿔 주총이 열리더라도 주주들에게 충분히 변경 사항이 전달되고 변경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떼쓰기를 멈추고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에 동참해야 한다. 이는 특정 기업이나 주주의 이익보다 수많은 노동자의 고용안정, 나아가 조선업종의 생존을 위한 일이다.

공급과잉으로 업종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1만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을 국책은행 산하에 두고 계속해서 혈세를 수혈해 가며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생떼에 불과하다.

조선업이 무너지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뿐 아니라 다른 조선업체 및 협력사들까지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

민주노총에게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을 도모할 의무도 있다. 지금이라도 조선업 구조조정에 동참해 수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투쟁의 방향을 바꿔 사측이 약속한 조합원들의 ‘고용유지’를 지켜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햐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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