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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해운-5] "살아남는 자가 강자"…합종연횡 속 현대상선 '승부수'


입력 2019.05.30 06:00 수정 2019.05.29 22:57        로테르담(네덜란드)·함부르크(독일)=조인영 기자

"'규모의 경제'는 피할 수 없는 생존전략"…현대상선 내년부터 초대형선 투입

운임 경쟁력·환경 규제 부합…흑자 턴어라운드 '주목'

"'규모의 경제'는 피할 수 없는 생존전략"…현대상선 내년부터 초대형선 투입
운임 경쟁력·환경 규제 부합…흑자 턴어라운드 '주목'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일에 위치한 함부르크수드, 하팍로이드, CMA-CGM, 코스코 쉬핑 사옥ⓒ데일리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일에 위치한 함부르크수드, 하팍로이드, CMA-CGM, 코스코 쉬핑 사옥ⓒ데일리안

"세계 상위 7대 선사는 모두 1만8000TEU급 이상 대형선을 갖추고 있습니다. 클수록 연비 효율이 높고 운임은 낮아지기 때문이죠."(이상철 현대상선 네덜란드 법인장)

글로벌 선사들 간의 '규모의 경제' 확보 경쟁이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덴마크 머스크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한 데 이어 프랑스 CMA CGM도 1만6000TEU급으로 규모를 늘렸다. 2017년엔 일본 3대 해운사 중 하나인 MOL이 2만TEU급 컨선을 선보이자 이에 질세라 스위스 MSC가 2만2000TEU급 선박 11척을 발주했다.

선사들이 공격적으로 선박 크기를 확대하는 이유는 더 많은 화물을 실어 운송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화물량 증가는 그만큼의 화주를 확보하는 것으로, 시장 장악력과 연관된다. 반대로 물량을 빼앗기면 서비스 위축, 수익성 악화를 불러와 생존 자체가 어렵다. 결국 선박 대형화는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

선사들은 자체 투자 외에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선복량을 늘리거나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2016년 CMA CGM은 싱가포르 선사 넵튠오리엔트라인을 인수했고, 머스크는 남미 노선 확대를 위해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사들였다.

다음해인 2017년엔 독일 하팍로이드가 중동 해운사인 UASC와 합병했다. 같은 해 일본선사 NYK, MOL, K라인은 컨테이너 부문을 합쳤다. 유럽과 미주 노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코스코는 7위 선사인 홍콩 OOCL과 합치면서 머스크, MSC에 이어 3위 선사로 올라섰다.

운항중인 현대포워드호ⓒ현대상선 운항중인 현대포워드호ⓒ현대상선

이러한 합종연횡 결과 상위 선사들의 지배력은 크게 확대됐다. 프랑스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상위 선사 7곳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57%에서 1년 만에 72%로 올라섰다. 대형 선사 7곳이 70%를 장악하고 있는 것. 이들은 각각의 얼라이언스로 선대를 공유하면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해운사들의 '덩치 키우기'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으로 가능했다. 당시 해운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운임이 폭락하고, 2016년엔 마이너스(-) 운임까지 등장하는 등 극심한 저시황 구조였기 때문이다.

중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코스코에 108억달러의 신용을 제공했고, 중국수출입은행도 2012년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에 5년간 95억달러씩 지원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2013년에 5개 중견 해운사에 1억6000만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독일 정부가 하팍로이드에 18억달러의 지급보증을 했고 지방 정부인 함부르크시도 해운사에 7억5000만유로를 현금 지원했다.

덴마크는 머스크에 62억달러를 지원했으며 수출신용기금을 통해서는 5억2000만달러를 지급했다. 프랑스도 CMA CGM에 채권은행을 통해 5억달러를 지원하고 추가로 국부펀드(FSI)로 1억5000달러를 제공했다. 추가로 금융권에서 향후 3년간 2억8000만유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시황 악화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한진해운·현대상선 등의 국적선사는 보유 선대를 팔고, 다시 비싼 값에 배를 용선하면서 악순환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선사들간 '대형화' 흐름에 끼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글로벌 선사 순위(1~10위)ⓒ알파라이너 글로벌 선사 순위(1~10위)ⓒ알파라이너

유동성을 극복하지 못한 한진해운이 쓰러지고 나서야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을 위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세웠다. 함께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벌크선 140척을 포함해 총 200척(8조원) 이상 신조 발주에 3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나서야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할 수 있었다. 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은 각각 유럽과 미주 항로에 투입돼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1만8000TEU급을 보유한 선사들과 운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규모의 경제' 확보는 필수다.

특히 초대형선 20척은 최근 화두인 황산화물 저감을 위한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해 경쟁력을 높였다. 스크러버를 장착하지 않은 선박은 기존 고유황유 보다 1.5배 비싼 저유황유를 반드시 써야 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초대형선 발주로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외형적인 요건을 달성하게 됐다"면서 "스크러버 설치로 질적인 부분에서도 우위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대형선의 장점인 운임 경쟁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장기 화주 확보 및 물동량 확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6분기 연속 적자 구조에서 탈피해 흑자로 돌아서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진해운 파산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운 산업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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