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기생충', 봉준호 최고작?…봉준호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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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인터뷰] '기생충', 봉준호 최고작?…봉준호가 답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두 개 프로젝트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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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04 09:09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CJ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두 개 프로젝트 준비 중


    "상은 제 의지대로 받은 게 아니라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49) 감독은 여유와 위트가 넘쳤다.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짚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그의 '기질'은 영화에 잘 담겨 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영화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다.

    봉 감독은 2006년 영화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다.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년)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데 이어 김혜자,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2009)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다시 초대됐다. 지난 2017년에는 영화 '옥자'로 처음 경쟁부문에 올랐고, 2년 만인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연이어 경쟁부문에 진출,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기생충'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을 내세운다. 봉 감독은 형편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한다.

    '설국열차' 후반부 작업 때 영화를 구상한 봉 감독은 기본 골격과 캐릭터 구축에만 5년 넘게 걸렸다.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빈부 격차, 계급 사회를 짚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형편이 다른 삶을 살지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을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CJ엔터테인먼트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봉 감독은 "연극 소재로 떠올리다가 부자와 가난한 가족 이야기를 생각했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설국열차'와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기우는 사건의 시작이 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기우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며 감정 이입했다는 봉 감독은 "기우는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낙천적이고,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자기 합리화를 잘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처음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같은 듯하면서 다른 이유에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두 가족을 대등하게 바라보다가, 기택 네 가족이 더 중심이 되면서 관객들이 기택네 가족에 침투해 부자 가족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정리했다. 그러다 지금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됐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영화 중 최고"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감독 스스로 생각이 궁금했다.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 것 같아요. 하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올 연말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들어서 완성시키는 입장에서는 미련이 덜 남았어요."

    칸 영화제 수상작이 모두 흥행은 하는 건 아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흥행과 거리가 먼 예술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순제작비 130억원이 소요됐다. 감독으로서 흥행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예술성과 상업성 비율을 따져서 작품을 만들진 않아요. 다만, 제작비를 회수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고요.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답니다."

    영화는 '냄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짚는다. 봉 감독은 "서로 다른 계층끼리 냄새를 맡는 게 쉽지 않고, 냄새를 언급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며 "'기생충'에 나오는 과외 교사,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 등은 다른 계층이 유일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직업이다"고 설명했다.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반지하와 상류층 집을 통해 빈부 격차를 드러낸다. 햇볕의 빈부 격차다. 볕이 안 드는 반지하 집, 환한 빛이 들어오는 상류층 집을 통해서다. 영화 속 배경은 세트로 만들었다. 반지하에 들어오는 아주 잠깐의 옅은 빛, 계단으로 올라가서 웅크리고 써야만 하는 반지하 화장실은 '짠함'을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은 빛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극적인 느낌이 난다. 빛을 못보던 사람이 등장한 인물이, 환한 빛이 내리쬐는 정원에서 벌이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결말에 대해선 "기우의 얼굴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불가능한 다짐을 하는 연약한 젊은이를 마주 보는 슬픔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엔 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계급 관계를 드러낸다.

    배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페르소나인 송강호를 비롯해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선균 등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다.

    '기생충'은 송강호, 최우식을 먼저 떠올려 기택 네 가족을 구성했다. 그러다 우연히 박소담을 봤는데 최우식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후 캐스팅을 이어나갔다.

    봉준호와 송강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봉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받고 공을 송강호를 무대에 올렸고, 송강호에게 공을 돌렸다. 레드카펫에서는 무릎을 꿇고 송강호에게 트로피를 바치며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그에게 송강호란 배우 그 이상이다.

    봉 감독은 '초록물고기' 때 송강호를 보고 확 반해버렸다. 그의 팬이 됐다는 그는 이후 '살인의 추억'(2002),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을 통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CJ엔터테인먼트

    봉 감독은 "송강호는 내가 만든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연교 역의 조여정은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연기를 펼쳐 감탄을 자아낸다. 천진하고 맑은 느낌이 그와 잘 어우러진다. 물 만난 듯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모습이 빛난다.

    봉 감독은 "엄청나게 깊은 다이아몬드 광산인데 아직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그 일부라도 채굴할 수 있을 듯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중독'을 보고 조여정을 눈여겨본 봉 감독은 "여정 씨 아니면 안 될 뻔했다"며 "맑고 귀여운 연교 역에 조여정이 딱 맞아 들었다. 봉 감독은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않고 조여정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수식어는 감독에게 부담이 될 법하다. "제 의지로 받은 상은 아니지만 부담감은 느끼죠.

    근데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칸느는 벌써 과거가 됐어요. 쉽지 않겠지만 관객들도 의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차기작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한국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두 작품 모두 '기생충' 정도의 규모다. 한국 작품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이란다.

    봉 감독은 시사회 때 '변장'을 하고 '기생충'을 보러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저 대중교통 많이 이용해요. 변장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데...어떻게 변장하는지는 알려 줄 수 없답니다(웃음)."[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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