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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해운-2] 현대상선 獨법인장 "2만TEU 어떻게 채우냐고? 준비 다 됐다"


입력 2019.05.28 06:00 수정 2019.05.27 17:48        함부르크(독일)=조인영 기자

"글로벌 포워딩업체 물량·고가화물 적재 늘릴 것" 운임 경쟁력 있어 화주 참여↑

'서비스 신뢰' 지속 강조…"화주들이 돌아오겠다고 약속"

"글로벌 포워딩업체 물량·고가화물 적재 늘릴 것" 운임 경쟁력 있어 화주 참여↑
'서비스 신뢰' 지속 강조…"화주들이 돌아오겠다고 약속"


최덕림 현대상선 독일법인장ⓒ데일리안 최덕림 현대상선 독일법인장ⓒ데일리안

"2만3000TEU를 어떻게 채우냐고요? 과거의 현대상선이 아닙니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유럽 노선(AEX) 첫 출항을 앞둔 초대형 선박에 화물을 가득 실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총 12척의 선박은 부산에서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 로테르담과 함부르크항을 주요 거점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4600TEU) 보다 5배 많은 물량이 필요하다.

업계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어떻게 채울 것인가?’ 유럽 항로는 머스크, MSC 등 대형 선사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다. 선박 공급량은 해마다 8~10%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평균 3% 증가에 그치면서 출혈경쟁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 발주 계획을 발표할 당시 기대 보다 우려가 많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2일(현지시간) 함부르크 독일법인에서 만난 최덕림 법인장은 화물을 충분히 실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이유로 △선사 통폐합 △공급량 한계 △운임 경쟁력 등을 들었다.

최 법인장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선사들간의 화주 유치 경쟁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2016년엔 마이너스(-) 운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M&A, 폐업 등을 이유로 하나 둘씩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선사 난립도 차츰 줄었다"고 설명했다.

운임 하락의 주 원인인 선복 공급량 문제도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구조상 2만5000TEU급 이상이 나오기 힘들다. 그동안 배의 척수와 용량(capacity)가 같이 증가해왔다면 척수가 늘어나도 공급량이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2만3000TEU 선박 투입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화물을 싣게 되면서 운임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꾀하던 시절에 우리는 오히려 배를 팔거나 비싼 값에 용선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왔다. 새 선박은 물량을 많이 실을 수 있고 스크러버도 장착돼 연료 효율이 높다.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OOG(규격 초과 화물)을 싣고 있다.ⓒ현대상선 현대상선이 OOG(규격 초과 화물)을 싣고 있다.ⓒ현대상선

"한진해운 화주들 돌아오겠다고 했다"

최 법인장은 화물 유치 전략으로 퀴네나겔(Kuehne+Nagel), 쉥커(Schenker) 등 현지 주요 포워더업체와 고가의 실화주(BCO) 화물 확보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대형 포워딩 또는 중형 이상 포워딩업체 물량을 늘리고, 고가화물을 확보할 수 있는 BCO 화주를 확대하겠다"면서 "이미 퀴네나겔, 쉥커, DHL, 파나피나 등 상위 1~4위 포워딩업체들과 약속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브레이크벌크 화물 마케팅을 위해 독일 메세 브레멘(Messe Bremen) 전시장에서 열린 '브레이크 벌크 유럽 2019' 행사에 다녀오기도 했다. 브레이크 벌크 화물은 컨테이너 적재가 힘든 대형 중량 화물을 말한다.

최 법인장은 "브레이크 벌크, OOG(규격 초과 화물), 냉동 컨테이너 등 마진이 높은 화물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자동차, 기자재, 엔진 등 중량이 나가는 화물이 많은데 일반 화물보다 많게는 20배 가량 운임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대형·중량급 화물들을 싣기에는 초대형선이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작업환경이 훨씬 좋아지기 때문에 화주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컨테이너 선적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이 중요시해온 '서비스 신뢰(service reliability)'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법인장은 "유럽선사들은 비용 효율화를 많이 강조하는 반면 우리는 서비스 신뢰도를 내세우고 있다.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현대상선에서 흡수할 수 없었던 구 한진해운 화주들도 돌아오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화주들은 배가 들어오면 3개월간 화물을 넣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독일법인에서 한국 화주 비중은 17% 정도다.

한때 '국내선사 패싱' 우려를 자아냈던 글로벌 얼라이언스 가입 역시 지금은 경쟁력 제고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됐다고 말했다. 최 법인장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현대상선은 한동안 재정 문제에 시달리고 선복량 경쟁에서도 뒤쳐졌지만 지금은 충분히 자격이 됐다"면서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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