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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유영현 학폭, 한때의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다


입력 2019.05.25 06:13 수정 2019.05.25 06:1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학교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불이익 당한다는 원칙 확고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학교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불이익 당한다는 원칙 확고해야

ⓒKBS 화면 캡처 ⓒKBS 화면 캡처

잔나비 멤버 유영현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밴드를 탈퇴했다. 소속사는 "유영현은 현재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향후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유영현은 잔나비에서 자진 탈퇴해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익명 폭로글 때문이다. 11년 전 고등학교 때 일이라며 글쓴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말이 살짝 어눌했던 나는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반응이 웃기다고, 재미있다고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쳐 놓는 건 기본이었다”며 "내 근처에서 손을 들기만 해도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아 움찔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리고 “도저히 그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 전학을 가고 정신치료도 받고 견뎌내고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 뒤로는 세상과 문 닫고 치유에만 신경 쓰며 지냈다”.

그렇게 살다 잔나비 노래를 듣고 감동 받았는데, 그 멤버 중에 과거에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며 눈물이 흐르고 헛구역질도 났다"며 "그 시절 나에게나 하던 언행과 조롱, 비웃음을 난 살아서도 죽어서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고 썼다.

큰 논란이 일었고 다음 날 소속사가 사실 확인을 거쳐 탈퇴를 알린 것이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뮤지션이 11년 전 일로 한 순간에 팀에서 밀려난 사건이다. 어린 미성년 시절의 일 가지고 젊은이의 앞길을 막는 건 너무 과도한 것 같기도 하다.

과거 같았으면 학창 시절 사건사고는 사회인식이 미성숙했던 한때의 실수, 이미 지나간 일 정도로 치부하고 반성만 한다면 앞길을 열어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학교폭력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에서 좀 ‘노는’ 아이들은 주로 그들끼리 몰려다니며 싸워도 그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 학생들을 괴롭혀도 대체로 괴롭힘 당하는 아이의 영혼을 파괴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학교폭력의 양상이 날로 극단화되면서 이젠 피해자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상처를 남기는 반인륜적 가해행위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집요하고 잔인하게 괴롭히는 경우가 많아져 죄질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이래서 요즘 학교폭력은 그저 어린 시절 한때의 실수였다고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의 폭력이 너무나 심각해지면서 십대의 범행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동료 학생을 집단 구타해 죽음으로 내몬 학생들이 공분을 자아냈었다.

이렇게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에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연예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활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고, 다른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아무리 앞날이 촉망되는 젊은이라 해도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게 드러났다면 즉시 연예계 퇴출 조치해야 하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러면서도 연예인으로 활동할 생각을 했다는 게 놀랍다. 피해자의 고발이 불거지지 않았으면 과거를 숨기고 태연히 활동을 이어갔을 것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학교폭력 가해 전력을 숨기고 연예인 활동하는 이의 죄질이 안 좋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인터넷 공론의 시대에 과거를 덮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반드시 발각돼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 오디션에서 학창시절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은데, 학창시절 잘못을 결코 덮을 수 없다는 걸 오디션 제작진이나 기획사가 평소에 주지시켜야 한다. 그래서 학교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불이익을 당한다는 원칙이 확고해져야 피해자가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 어린 학생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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