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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임블리 사태가 보여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길


입력 2019.05.27 06:00 수정 2019.05.27 06:09        이은정 기자

임지현 상무 7월 사퇴 발표에도 성난 여론

새롭게 성장하는 e커머스 기업들에 교훈 남겨

임지현 상무 7월 사퇴 발표에도 성난 여론
새롭게 성장하는 e커머스 기업들에 교훈 남겨


곰팡이 호박즙 논란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임블리. ⓒ임지현 인스타그램 곰팡이 호박즙 논란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임블리. ⓒ임지현 인스타그램

독일의 밤베르크라는 작은 도시에서 1617년 한 해에만 102명이 불에 타 죽었다. 마녀위원회라는 특별기구가 만들어진 뒤 1626년부터 1630년까지 630명이 잡혀 들어갔고, 대부분 화형(火刑)에 처했졌다.

특정 사람에게 어느 집단이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해 ‘마녀사냥’이라고 한다. 마녀사냥은 사실관계를 따져 묻기 전에 한 번 마녀라는 프레임에 걸리면 공동체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있는 집단적 따돌림인 셈이다.

마녀사냥은 18세기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를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로 몰아 처형하는, 말 그대로의 마녀재판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비슷한 현상은 그 이후에도 다른 모습으로 변형돼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어찌보면 마녀사냥이라고 불릴 법한 일이 또 벌어졌다. 곰팡이 호박즙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임블리’ 사태. 임블리는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애칭이다.

부건에프엔씨는 인스타그램에서 8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임지현 상무를 내세워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연매출 규모는 1700억원이다.

지난 4월 한 소비자가 임블리에서 구입한 호박즙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는 불만을 제기한 데 대해 남은 수량에 한해서만 환불이 가능하다며 대응한 것을 발단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했다. 임 상무는 전액 환불 조치가 아닌 SNS 댓글창을 막아버리고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어설픈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명품 디자인 표절과 품질 논란을 비롯해 그간 쌓였던 소비자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인지도에 기반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임블리 제품이 입점해 있는 백화점이나 유통업체에는 일부 소비자들의 매장 철수 항의까지 빗발치고 있다.

임씨는 지난달 29일 “고객님들은 점점 실망과 함께 떠나고, 한때 VVIP였던 고객님은 대표적인 안티 계정을 운영하시고, 저희 제품을 파는 유통사는 고객 항의로 몸살을 앓고, 회사 매출은 급격히 줄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직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뒷수습에 지쳐간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소비자들을 원망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실제로 임블리는 불만을 제기하며 ‘안티’로 돌아선 소비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 이번 사태가 마녀사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본질이 다르다. 임블리 사태는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는 것을 알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적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한다.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어떤 때보다 분노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에게 갈 길을 알려줬다. 온라인쇼핑 사업을 하는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e커머스 시장에 발을 담근 온오프라인 기업들에 다시 한번 자신들을 점검하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인플루언서에게 단 한번의 실수도 치명적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제대로된 고객 응대와 정직한 품질의 제품이 필수라는 사실도 상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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