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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해 본 ‘임창용 항명’…소통 부재가 낳은 참극


입력 2019.05.23 00:02 수정 2019.05.25 08:2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임창용 지난해 6월 보직 놓고 불만 표출

충분한 소통 있었다면 이별 없었을 수도

임창용은 은퇴 후 김기태 감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 연합뉴스 임창용은 은퇴 후 김기태 감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한 임창용이 전 소속팀 KIA 타이거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임창용은 최근 ‘한국스포츠통신’과의 인터뷰서, 지난 시즌 후 방출 요구는 자신의 뜻이 아닌 구단의 결정이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임창용은 “(2018시즌이)끝나고 FA를 행사하지 않았다. 구단 측에서 나를 불렀는데 당연히 재계약인줄 알았다. 하지만 조계현 단장이 ‘우리와 인연이 다 된 것 같다. 현장과 협의해서 결정 난 상황이니 방출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순간 할 말이 없어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현장이란 김기태 감독의 의중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임창용은 지난해 6월, 의문의 2군행으로 팬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 잘 던지던 마무리 투수였기에 갑작스런 조치 뒤에는 밝히지 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란 의혹이 일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전후 사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항명 사태’는 지난해 6월 6일 수원 kt전이 끝나고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KIA는 선발 헥터가 8이닝까지 소화했고 5-2로 앞선 9회, 임창용이 아닌 중간계투 김윤동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냈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통보(중간계투 등판)를 하니 혼란스러웠다”며 “이렇게 가면 안 되겠다 싶어 딱 한 번 얘기했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김기태 감독과의 면담에 들어간 임창용은 “감독님께서 ‘나랑 해보자는 거냐’고 하셨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 다만 아무 때나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장단을 맞추겠나’라고 했다”며 “감독님께서 못 받아들이신 것 같았다. ‘방출시켜줄까? 트레이드 시켜줄까?’를 말씀하셨고, 2군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지난해 KIA는 김세현 마무리 체제로 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김세현은 제 구위를 찾지 못했고 잦은 블론세이브로 인해 마무리서 탈락했다.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은 투수가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은 항명 사태 이전까지 1승 1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04로 순항 중이었다. 블론세이브가 3개 있었으나 워낙 경험이 풍부했기에 마무리로 적격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된 6월 6일 kt전에서 김기태 감독의 9회 선택은 임창용이 아닌 김윤동이었다.

이를 되돌아본 임창용은 “몸도 안 풀던 김윤동을 올렸다. 나에게 미리 얘기를 해줬으면 화가 안 났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임창용 방출 직후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임창용 방출 직후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의 입장도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시 임창용은 항명 사태가 있기 3일 전인 두산전에서 2이닝을 소화하며 38개의 공을 던졌다. 때문에 6일 경기가 낮 경기로 진행돼 휴식을 부여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임창용은 김윤동이 마운드에 올랐던 9회, 불펜서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KIA 코치진의 설명이 필요하다.

김윤동을 시즌 중 차기 마무리로 낙점했다는 부분도 곱씹어 봐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항명 사태 직후인 7일 kt전에서 김윤동을 8회 셋업맨으로 올린 뒤 9회 임창용을 등판시켜 세이브 기회를 부여했다. 만약 김윤동이 마무리였다면 두 선수의 등판 순서는 바뀌어야 했다. 그리고 임창용은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마무리를 잃은 KIA는 표류했고, 임기준이 짧게 뒷문을 지키다 6월말부터는 부상에서 돌아온 윤석민이 역할을 부여받았다. 윤석민의 마무리 체제는 약 한 달간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시즌 막판인 9월 들어 구위가 하락하며 외줄타기 행보를 보였다.

임창용은 7월초, 한 달 만에 1군으로 돌아왔고 선발 한 자리를 갑작스레 맡은 뒤 시즌 끝까지 이 임무를 수행했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감독님의 화가 풀리신 줄 알았다. 그런데 선발로 써놓고 곧바로 방출시킨 것은 ‘감정적 보복’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항명 사태’는 임창용 본인은 물론 KIA 구단에도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임창용은 시즌 후 방출 조치됐고, 김기태 감독도 선수를 끌어안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좋지 않아진 여론은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인해 김기태 감독이 KIA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통 부재가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부분에 팬들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임창용은 인터뷰 내내 개인 기록 달성이 아닌 오락가락했던 투수 운용에 불만이 있었다고 말을 쏟아냈다. 보직을 바꾸더라도 사전에 통보를 해주거나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임창용은 김기태 감독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해 자꾸 부딪히게 됐다고 해명했다. 둘 모두 구구절절한 해명보다는 묵묵한 보스형 기질이 타고난 인물들이다. 이해관계에 의한 충돌이 아닌 충분치 않았던 소통에 따른 이별이라 팬들의 아쉬움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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