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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과 한국당 우악스런 5·18 참석, 광주를 이용했나


입력 2019.05.20 08:14 수정 2019.05.20 08:14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진정성 있는 반성 자세와 5ㆍ18의 올바른 인식 필요

<하재근의 이슈분석> 진정성 있는 반성 자세와 5·18의 올바른 인식 필요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광주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광주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결국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고 말았다. 광주 시민들은 당연히 반발했고 황교안 대표는 울타리를 뜯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한국당은 광주에 대해 가해자의 입장이다.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 정권 민정당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 민주화운동 유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학살로 희생된 영령을 기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 마디로, 독일이 유대인에게 보인 태도 또는 우리가 일본에게 요구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행보는 현재 일본이 한국에 보이는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즉, 가해자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이 아닌, 피해자를 무시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피해자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이번 광주 방문이 바로 그렇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민생투어 광주 방문으로 이미 광주 민심을 자극했다. 그때 광주 유가족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한 의원들을 제대로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황교안 대표는 보훈처에서 초대했다며 기념식 참석을 강행했다. 자신들 세력의 가해로 희생된 피해자 제사에 유가족이 오지 말라는데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간 것이다. 이것을 인간적인 도리라고 할 수 있을까?

황 대표가 이러는 것은 보수의 지도자 위상을 굳히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된다. 통합의 지도자, 박해받는 보수 지도자 등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광주 희생자들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당 당 차원에서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으로 자신들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 참석을 강행했을 것이다. 역시 광주를 이용한 셈이다.

이용이 아닌 진정성 있는 참석이 되려면 그 전에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참회와 재평가의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광주 희생자들을 폭도로 몰거나 유공자에게 모욕을 가한 의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분만 내리고, 최근에도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한 사람들을 토크콘서트에 초청하는가 하면, 5·18역사왜곡처벌 특별법에도 비협조적이고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는 유가족이 반대하는 이를 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념식에 참석해서 ‘대인배’ 행세하며 카메라를 받고 반발하는 유가족을 옹졸한 사람 만들려 한 셈이니, 가해자의 후신으로서 반성은커녕 지금 현재도 희생자를 이용하고 그 가족과 유공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올핸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보수단체 900여명이 5·18 기념일 당일에 광주민주화운동의 성지인 충장로, 금남로 등 지역에서 행진하고 집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부 대중가요 등을 부르고 일부는 항의하는 광주시민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아무리 정치적 대립이 격화돼도 어떻게 제삿날에 희생자 측으로 밀고 들어가 시비를 건단 말인가.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명분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건 법을 바꾸라고 국회에 요구할 사안이지 광주에 기념일날 몰려가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희생자를 기리는 마음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 마음이 있다면 기념일에 이렇게 유가족을 자극할 순 없다. 한국당은 유가족이 오지 말라는 데도 밀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유가족의 반발이 커질 것이다. 진정성 있는 반성의 자세와 5·18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보이는 것이 ‘우악스런’ 기념일 참석에 앞서 한국당에게 선행돼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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