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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적지(敵地) 출마하겠다는 비례대표가 없다


입력 2019.05.20 14:51 수정 2019.05.20 17:11        정도원 기자

민주당 비례들은 대조적…구미·사천에도 도전장

착근 유리한데…"4년 중 3년여 뭘했나" 개탄도

당대표·사무총장, '원칙' 천명 필요하다는 지적

한국당 비례, 민주당 현역 지역 출마의사 드물어
민주당 비례들은 대조적…구미·사천에도 도전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온돌'만 찾으며 자리를 못 잡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의 내부 불안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한 한국당 의원들 중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사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한국당의 '텃밭'이나 다선 중진의원들의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며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을, 제윤경 의원은 1988년 총선 이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여상규 의원만이 당선된 경남 사천·남해·하동, 이재정 의원은 5선 심재철 의원의 아성인 경기 안양동안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노리고 있다.

반면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민주당 현역 지역구에 출마해 정면으로 맞붙기보다는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이나 영남 등을 떠돌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중진의원 물갈이' 편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들에게 이런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이 때문에 당력을 결집해야 할 시기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불필요한 당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黃 민생대장정 시장방문 앞두고 '큰소리' 나기도
비례대표 '온돌' 노리면서 당내 불화·긴장 조성


황교안 대표가 민생대장정을 하던 이달 초중순, 영남 지역의 한 시장 앞에서는 '큰소리'가 났다. 해당 지역구의 의원이 황 대표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가 비례대표 A 의원이 은근슬쩍 대기열에 끼어들려고 하자 "빠지라"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이 비례대표 의원은 서울 강남권의 복수 지역구를 노리다 불발되자 다시 이 지역구로 타깃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대표측 관계자는 "과거 대표 시절, 비례대표 B 의원이 찾아와 '분당을 달라'고 해서 홍 대표가 '비례대표에게는 재선 때 그런 지역구를 주는 전례가 없다'고 타일러 돌려보내자, 3개월 뒤에 다시 나타나 '그럼 강남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홍 대표가 어안이 벙벙해졌을 정도"라고 했다.

또다른 비례대표 C 의원은 '주택 문제에 관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강남 핵심 지역구를 얻으려 하다가, 과거 보수 분열 시절의 해당(害黨) 전력이 문제가 돼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국당 비례대표 D 의원은 노동 관련 전문성을 내세우며 수도권 한 지역구를 맡으려 했다가 어려워지자 최근 고향인 영남 지역구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지역구는 공장이 없어 인구가 감소하며 쇠퇴하고 있는 지역으로, 자신이 애초 내세웠던 전문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비례대표 의원들의 움직임에 난처하다는 표정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비례대표에게는 그런 '온돌'을 주는 사례가 없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것 자체가 이미 당의 배려를 받은 것이기 때문"이라며 '부질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텃밭'에서 일부 중진의원을 '물갈이'하더라도 그런 지역구는 젊고 참신한 정치신인을 등용하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착근 유리한데…"4년 중 3년여 뭘했나" 개탄도
당대표·사무총장, '원칙' 천명 필요하다는 지적


비례대표 의원은 보통의 정치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구에 착근하기가 유리하다. 원외당협위원장이 당협사무소를 내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 신분인 비례대표 의원은 당당하게 지역에 국회의원 사무소를 낼 수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를 위한 법안을 발의할 수도 있으며, 예산정국 때 지역구의 예산을 챙길 수도 있다"며 "덧없이 '온돌'만 바라보지 말고, 4년 임기 동안 한 군데를 잡아서 잘 닦아 놓았더라면 벌써 일을 내더라도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에서 꼭 사지(死地)·험지에 나가라고 내모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김승희 의원의 사례를 들었다.

김승희 의원은 지난 총선 이듬해인 2017년 일찌감치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현역 지역구 의원인 황희 민주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양천갑은 1992년 총선에서 박범진 민자당 의원이 당선된 이래 △1996 박범진(신한국당) △2000·2004·2008 원희룡(한나라당) △2012 길정우(새누리당) 의원 등 계속해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되다 2016년 총선에서 28년만에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됐다.

당 관계자는 "이런 지역을 비례대표 의원이 열심히 해서 의석을 되찾아온다면 당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나 한선교 사무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원칙을 재천명해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칙 재천명이 있어야, 비례대표 의원들로 하여금 '온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적지로 출마해 의석을 빼앗아오려는 '전투 심리'를 독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원칙'이 망각되다보니 비례대표 의원도 소중한 '당의 자산'인데 헛되이 소진될 우려가 있다"며 "비례대표는 이미 당협위원장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강남·영남권 '텃밭 공천'이 안 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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