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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유리천정’ 존재하지 않는 양성 평등의 완성


입력 2019.05.19 06:04 수정 2019.05.19 06:21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㊾><알쓸신잡-스웨덴> ‘유리천정 지수 2019’ 스웨덴 2년째 1위

의회 진출 46%, 거의 절반 의원이 여성으로 성 평등 이뤄져

<알쓸신잡-스웨덴㊾><알쓸신잡-스웨덴> ‘유리천정 지수 2019’ 스웨덴 2년째 1위
의회 진출 46%, 거의 절반 의원이 여성으로 성 평등 이뤄져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유리천정 지수 2019'. 스웨덴은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양성평등이 가장 잘 된 나라로 평가된다. (사진 =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유리천정 지수 2019'. 스웨덴은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양성평등이 가장 잘 된 나라로 평가된다. (사진 =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된 ‘유리천정 지수(Glass ceiling Index) 2019’에서 스웨덴은 지난해에 이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OECD와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통계처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다.

이 조사는 여성들의 고등교육 성취도와 노동 참가, 관리직 진출과 이사 기용, 의회 진출, GMAT 응시율, 그리고 성별 임금 격차와 남녀의 출산 휴가, 임금에서의 보육비 비율 등 모두 10개 분야에서 이뤄진다.

스웨덴이 2년 연속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OECD 국가 중 양성평등이 가장 잘된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들의 포괄적인 사회 진출은 물론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가장 합리적임을 뜻한다.

원래 ‘유리천장(Glass-ceiling)’이라는 용어는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뜻이다. 197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기업과 관련된 경제용어지만 지금은 정치와 관료집단 등 사회 전 분야에 있어서 여성의 사회적 신분 차별에 쓰인다.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자연히 유리천정은 그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유리천정이 존재하는, 유리천정이 강고한 사회일수록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강하다.

올해 조사를 분야별로 보면, 먼저 고등교육 성취도(Higher education) 부문에서 스웨덴은 여성들의 고등교육 성취도가 남성보다 13.1포인트 높아 아이슬란드(15.9포인트), 핀란드(15.5포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캐나다(12.6포인트)와 덴마크(10.9포인트)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노동참가율(Labour-force participation rate)은 스웨덴이 1위다. 남성보다 3.6포인트 낮다. 그 뒤를 핀란드(3.8포인트), 노르웨이(4.2포인트), 아이슬란드(5.1포인트), 덴마크(5.4포인트)가 차지했다. 북유럽 노르딕 국가가 5위까지 섭렵한 것이다.

성별 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는 스웨덴 여성들이 남성보다 13.4% 적게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위로 다소 순위가 낮다. 벨기에가 3.7% 차이로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고, 그리스가 4.5%, 이탈리아가 5.6%, 덴마크가 5.7%, 터키가 6.9%의 임금 격차를 나타냈다.

스웨덴 의회는 여성 의원 비율이 46.1%로 거의 절반이 여성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스웨덴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의회는 여성 의원 비율이 46.1%로 거의 절반이 여성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스웨덴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 이석원)

관리직 여성의 기용(Women in managerial positions)은 폴란드(41.3%), 미국(40.5%), 헝가리(39.4%)에 이어 스웨덴이 39%로 4위를 차지했다. 38.4%의 노르웨이가 5위다. 기업의 관리직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것이다.

여성의 기업 이사 임명(Women on company boards)도 스웨덴은 4위다. 관리직 기용과 큰 차이가 없는 36.9%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45.2%의 아이슬란드가 1위, 프랑스(41.2%)와 노르웨이(40.2%)가 2, 3위를 차지했으며 이탈리아(36.4%)가 5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의회 진출(Women in parliament)은 스웨덴이 단연 1위. 거의 절반에 이르는 46.1%가 여성이다. 역시 노르딕 국가들의 여성 의원 비율이 높아서 핀란드(42%)가 2위, 노르웨이(41.4%)가 3위를 차지했다. 4위 프랑스(39.6)와 5위 스페인(39.1%)도 높은 편이다.

여성 출산휴가(Paid leave for mothers)는 스웨덴이 34.7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받아서 의외로 순위가 높지 않다. 헝가리(71.8주), 슬로바키아(53.7주), 체코(53.1주), 오스트리아(51.2주), 노르웨이(45주)가 5위권을 형성하고 스웨덴은 10위다.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정 지수 2019’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종합 꼴찌를 기록했다. 28위는 일본. 한국은 성별 간 임금 격차가 34.6%나 되고(29위), 관리직 여성 기용은 12.5%에 불과했으며(29위), 기업의 이사는 2.3%에 그쳤다(29위).

고등교육 성취도도 남성보다 6.6포인트 낮아서 28위였고, 여성의 노동참가율도 남성보다 20.3포인트 낮아 28위에 머물렀으며, 여성의 의회 진출은 17%로 29개국 중 27위였다.

굳이 이 자료가 아니더라도 스웨덴 사회는 여성에 대한 구분된 인식이 거의 없다. 남성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구분도 없다. 모든 일이나 사회 구성에서 남성과 여성은 그저 생물학적 성별의 구분일 뿐이지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나눠서 고려하고 판단하는 일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리 천정 지수에 대한 조사는 여성의 권리가 시혜적 관점에서 주어지는 수준을 넘어선 것을 의미한다.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배려하는 문제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라는 성의 차이는 극복해야 하는 구시대의 유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웨덴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의 문제는 논의와 논쟁의 대상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의식과 구조의 문제가 돼 있는 듯하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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