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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관세 연기에 국내 완성차 이해득실 분주


입력 2019.05.16 10:42 수정 2019.05.16 10:59        박영국 기자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수출리스크 요인 해소

한국GM, 글로벌SUV·CUV 신차배정 차질 우려 사라져

르노삼성, 日·EU에만 관세부과시 로그 후속 배정가능성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수출리스크 요인 해소
한국GM, 글로벌SUV·CUV 신차배정 차질 우려 사라져
르노삼성, 日·EU에만 관세부과시 로그 후속 배정가능성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여부 결정을 최장 6개월간 미루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본·EU와의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재가 더해졌다.

1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후속 조치 방안을 오는 18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결정이 6개월간 유예되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시간을 벌게 된다.

앞서 지난 2월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자동차와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인지 여부를 판단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제출 후 90일째인 오는 18일까지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20~25%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관세 부과가 이뤄졌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시각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에서 각각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수요에 대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도 양사 도합 연간 60만대에 육박한다.

2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차량보다 20%이상 높은 가격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GM 역시 스파크와 트랙스 등 미국 GM에 공급하는 물량이 연간 13만대에 달하며,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물량 배정에 따른 닛산 로그 미국 수출물량이 일부 남아있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기존 수출물량인 스파크와 트랙스는 물론,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GM이 한국에 배정키로 한 SUV와 CUV 생산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우려됐다.

한국GM은 오는 2020년부터 GM의 신형 글로벌 SUV를 2022년부터는 신형 CUV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수출시 20% 이상의 관세가 붙는다면 판로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GM이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그나마 스파크와 트랙스는 GM이 PSA그룹에 매각한 오펠로 기존 계약 물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새로 출시되는 모델은 유럽으로 수출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의 수출길까지 막힌다면 신차를 배정받아봐야 팔 곳이 없다.

우려가 컸던 만큼 고율관세 부과 연기 소식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같은 호재는 주식 시장에도 반영돼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겠지만, 관세부과 연기가 확정된다면 지난해부터 악재로 여겨져 왔던 미국발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나 한숨 돌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가 선적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가 선적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여기에 미국이 한국, 캐나다·멕시코가 고율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호재가 더해졌다.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일본·EU와의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연기한 것인 만큼, 이후 6개월간 이뤄질 협상이 긍정적인 결론을 맺지 못하더라도 고율관세 부과는 일본·EU에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이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는 상황에서 일본에만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게 된다. 가장 큰 경쟁 상대인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업체들의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도 미국 현지 생산공장이 있지만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도 상당하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후속모델의 미국 수출물량 수탁생산 재계약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계약은 오는 9월 종료되며, 로그 후속모델 생산은 일본 등 다른 지역 공장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미 올해부터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 감산분 4만2000대 가운데 2만4000대를 일본 큐슈 공장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EU에 20% 이상의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일본과 유럽지역 공장 생산물량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르노삼성 부산공장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부과 유예나 일본·EU만을 타깃으로 한 징벌적 관세부과 모두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긍정적 시나리오”라며 “한미 FTA 개정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게 결과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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