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긴급점검] 화폐개혁으로 원화가치 제고?…금융 불안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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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0월 20일 00:22:16
    [환율 긴급점검] 화폐개혁으로 원화가치 제고?…금융 불안만 키운다
    "1달러 당 네 자릿수 환율은 한국 뿐…위상 높여야" 주장
    인플레이션에 사회적 혼란 우려까지…"역효과 상당"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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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5-15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1달러 당 네 자릿수 환율은 한국 뿐…위상 높여야" 주장
    인플레이션에 사회적 혼란 우려까지…"역효과 상당" 비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며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이 확산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폐 개혁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화폐의 가치를 높여줄 근본적 대안이 아니며, 도리어 금융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며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이 확산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폐 개혁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멤버들 가운데 달러 당 환율이 네 자릿수에 달하는 곳이 없는 만큼, 화폐의 액면 단위에서 '0'을 떼어내는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원화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리디노미네이션은 우리 화폐의 가치를 높여줄 근본적 대안이 아니며, 도리어 금융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당시)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한국은 선진국인데 환율이 왜 그러느냐고 했다"며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후진성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과거 한은 총재로 재임하던 2004년 전담팀을 꾸려 1000원에서 0 세 개를 떼 내 1환으로 바꾸는 내용의 화폐개혁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반대로 화폐 개혁을 성사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이번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이 다시 불붙자 다시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새다.

    정부 여당도 박 전 총재를 거들고 나섰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확대된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가 레바논, 콩고, 이라크 등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OECD 34개국 중 1달러 당 환율이 네 자릿수인 유일한 국가로 경제 위상에 맞지 않는 화폐 단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여년 간 잠자고 있던 화폐 개혁 논란을 다시 일으킨 촉매제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었다. 최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이 총재는 화폐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필요할 때는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먼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리디노미네이션은 순식간에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여당이 공개 토론회를 계획하는 등 판을 주도하면서 소란이 더욱 확산됐다.

    문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수록 우려의 시선도 짙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가까운 시일 내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 번 공식 입장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인한 역효과로는 우선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화폐 단위를 1000대 1로 바꾸면 현재 950원짜리 물건은 0.95원이 돼야 맞지만, 현실에서는 1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시 물가 상승은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무리한 화폐개혁이 안 그래도 침체돼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흔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은 분명해 보이지만, 원화 위상 제고 등 그 효과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오히려 화폐 개혁이 사회적 혼란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화폐 개혁 시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우리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라며 "그로 인해 지금도 상당히 가라앉아 있는 국내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현재로서 화폐개혁의 편익은 불분명한 반면 비용은 확실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회계적인 측면과 다른 시설 등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켜 가면서까지 화폐 개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평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정말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지 않고, 우리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단위가 이상하다고도 여겨지지 않는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편익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고, 달라진 화폐에 적응하는데 10년 가량은 사회 전반이 고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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