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얘기하는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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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이 얘기하는 ‘좋은 나라’
    <알쓸신잡-스웨덴㊽>핀란드 아일랜드 이어 스웨덴 3위 랭크
    자국 이익 상관없이 세계 공동선 추구하는 나라의 가치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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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5-12 06:00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㊽>핀란드 아일랜드 이어 스웨덴 3위 랭크
    자국 이익 상관없이 세계 공동선 추구하는 나라의 가치로 선정


    ▲ 북유럽 주요국가인 스웨덴(3위. 위 국기)을 비롯해 핀란드(1위. 아래 가운데)와 덴마크(5위. 아래 왼쪽), 노르웨이(7위. 아래 오른쪽)는 '좋은 나라 지수'에서 상위권을 이루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UN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들의 후원을 받아 설문 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성한 ‘좋은 나라 지수(The Good Country Index)’라는 보고서가 있다.

    2014년부터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사이먼 안홀트는 ‘좋은 나라(The Good Country)’에서 ‘Good(좋은)’은 ‘Bad(나쁜)’의 반대말이 아니라 ‘Selfish(이기적인)’의 반대말이라고 설명한다. 즉 제 아무리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됐으며, 그에 따른 복지와 환경 등의 문제가 자국민을 행복하게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제 나라만을 위한 것이라면 ‘Good’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이면 안홀트의 ‘좋은 나라 지수’는 각 국가별 정책 및 집행이 인류와 지구촌의 공동선에 미치는 플러스 기여도와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준으로 선정된다고 강조한다. 조사 대상 각 분야가 ‘얼마나 잘하는지’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 좋고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나라 지수’는 다양한 분야를 조사 대상으로 한다. 과학과 기술(Science & Technology), 문화(Culture), 국제 평화와 안보(International Peace & Security), 세계 질서(World Order), 지구와 기후(Planet & Climate), 번영과 평등(Prosperity & Equality), 건강과 복지(Health & Wellbeing)에 있어서 전 지구적인 기여도(Global Contribution)가 ‘좋은 나라’의 판단 기준이다.

    지난 2월 23일 발표된 2018년 ‘좋은 나라 지수’에서 핀란드가 조사 대상 153개국 중 1위에 선정됐다. 그 뒤를 이어 아일랜드가 2위, 그리고 스웨덴이 3위다. (자세한 결과는 www.goodcountryindex.org/results)

    스웨덴은 건강과 복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부문은 다른 나라에 대한 식량 원조, 의약품 수출 및 인도주의적 원조 기부 등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항목이다. 즉, 스웨덴 국내의 건강하고 좋은 복지를 넘어서 다른 나라를 어떻게 배려하고 지원하는 지를 놓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시민운동이 다른 나라에 끼친 영향을 중요하게 본 문화 분야에서도 스웨덴은 5위에 랭크됐다. 다른 나라의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공정 무역을 포함한 교역과 친환경 산업을 평가한 지구와 기후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해외 파병과 무기 수출이 분쟁 국가의 평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은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를 55위로 떨어뜨렸다.

    스웨덴 사회가 전 지구라는 관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해준다. 보통 영국 이코노미스트나 EU, 또는 OECD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나 ‘살기 좋은 나라’, ‘1인당 국민소득 순위’ 등을 뽑을 때 스웨덴은 5위 안에 들기 쉽지 않다. 대체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덴마크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나 핀란드가 스웨덴을 앞선다.

    ▲ 영국 정치 컨설팅 회사인 사이먼 안홀트의 ‘좋은 나라 지수’는 그 나라가 자국은 물론 세계와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바를 분석한 지수다. (사진 = The Good Country Index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인류의 공동선을 실현할 ‘좋은 나라’에서는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을 앞서는 것은, 스웨덴이 지니고 있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도 살펴보자. 종합 순위에서 26위에 랭크됐다. 지구와 기후 분야가 113위다. 충격적인 중하위권이다. 과학과 기술 분야도 55위, 한국이 그 부분에 있어서 세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변변치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153개국 중 26위면 상위권에 속한다고 위로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미국이다. 표에는 없지만 종합 순위가 40위다. 세계 최강대국이고, 경찰국가를 자처하는데, 세계의 공동선 실현에는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평화와 안보가 98위이고, 지구와 기후가 95위. 순위로는 중하위권이지만 미국이 가지는 위상을 감안하면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친 김에 미국과 세계 2강을 이루고 있는 중국은? 종합 순위는 59위다. 문화는 106위, 세계 질서는 108위다. 그래도 국제 평화와 안보는 35위, 미국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다. 이 보고서만 놓고 보면 세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건 중국보다 미국이 더 하다는 얘기다.

    사이먼 안홀트는 “좋은 나라의 의미는 자국민의 이익을 위하지만 다른 국가의 사람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이익을 제공하는 나라”라고 얘기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가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 자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정책의 방점을 찍지 않는다. 자신들보다 훨씬 힘겨운 상황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나눠줄 수 있는 지를 살피는데도 정책의 방점을 찍는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 비해 ‘이익’을 염두에 두고 난민이나 국제 구호, 또는 분쟁의 조정에 접근하지 않는다.

    ‘좋은 나라 지수’가 지고지순의 진리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스웨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 장점도 존재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보여주는 적대적 이기주의를 세계주의의 틀로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평가 기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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