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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구호는 혁신-생산적 금융, 현실은 규제·압박 '일색'


입력 2019.05.04 14:37 수정 2019.05.04 21:11        배근미 기자

“중기-스타트업과 협업하라”…실적 위주 자금공급에 건전성 놓칠라 ‘우려’

“규제 문턱 낮추겠다” ICT 기업 반기는 금융당국…금융권선 "역차별하나"

“중기-스타트업과 협업하라”…실적 위주 자금공급에 건전성 놓칠라 ‘우려’
“규제 문턱 낮추겠다” ICT 기업 반기는 금융당국…금융권선 "역차별하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혁신금융 민간합동 TF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혁신금융 민간합동 TF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운 ‘생산적 금융’의 밑그림을 발표한지 2년이 지났다. 다양한 핀테크 신기술 경쟁과 혁신기업 지원을 발판으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취지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규제와 압박으로 더욱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중기-스타트업과 협업하라"…실적 위주 자금공급에 건전성 놓칠라 ‘우려’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달 말 혁신성장을 위해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혁신금융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본격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혁신금융비전 선포식'이 개최된 지 한 달 만이다. 이 자리에서 금융권은 향후 3년간 기술금융 90조원을 비롯해 동산담보대출과 성장성기반 대출 등에 10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투업계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5년간 125조원의 자금 지원을 예고했다.

금융권의 이같은 자금 공급 방향은 금융권의 자발적 움직임이라기보다 현 정부 의지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금융권 행사에 좀처럼 발걸음을 하지 않던 문 대통령의 혁신금융을 향한 관심이나 핀테크 관련 행사라면 두말 않고 달려가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행보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가 창업 및 벤처, 중소기업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성장 정체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혁신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금융공공기관과 금융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부동산 담보에 쏠린 자금공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벤처-중소기업 집중 지원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담보없는 기술금융이나 아이디어 혁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업권 내 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 너나없이 혁신금융에 집중하면서 실적 줄세우기에 따른 리스크 확대 뿐 아니라 손쉬운 금융권 및 정부자금 지원을 노린 일부 업체들의 '모럴 해저드' 우려도 존재한다.

또 이같은 혁신금융 정책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점 또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바뀔 경우 그에 따른 금융정책과 사업전략이 변경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 면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명문화되지 않는 이상 그 리스크는 온전히 금융권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자금이 필요하다며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을 보면 하나같이 4차산업혁명이나 핀테크, 로봇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인 곳이 적지 않다"면서 "기업의 자금공급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타당성을 따져야 하는데 이처럼 특정 분야에 돈이 몰릴 경우 정작 자금이 필요한 일반 제조업 등의 소외현상이 나올 뿐 아니라 지원을 받기 쉽도록 해주는 민간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지적했다.

"규제 문턱 낮추겠다" ICT 반기는 금융당국…금융권선 "역차별하나" 불만

한편 정부가 핀테크 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진입을 통해 금융권 내 혁신을 꾀하겠다며 앞장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 역시 냉랭하다. 당국이 ICT 대기업과 핀테크 업체들의 적극적인 금융권 진입을 위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는 사이 정작 기성 금융권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등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또 데이터경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역시 이미 보안성 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업체에 우선 허용한다는 방침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금융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더욱 심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에 따르면 폐쇄적이던 은행 결제망(금융결제망)을 전면 개방해 핀테크 기업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들이 이용주체에 배제돼 있다. 또 올들어서야 저축은행업계에 허용된 '해외송금 서비스' 역시 P2P 등 핀테크 기업들에게는 이미 지난 2017년부터 가능해 왔다는 점 등에서 일선 금융회사들이 느끼는 역차별 수위는 더욱 높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금융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규제 일색인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금융을 실물경제로 지원하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기보다는 주체적인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글로벌 금융사보다 수익성이 낮고, 주식시장에서의 시장 평가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한 금융회사 수익성 확대와 시장평가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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