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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방문 예고한 홍남기…민간투자 급한 文 정부


입력 2019.05.06 06:00 수정 2019.05.05 22:08        부광우 기자

홍 부총리 "다음 달까지 대기업 집중 방문해 투자 협의"

민간투자 부진에 발목 잡힌 성장률…親 대기업 보폭 확대

홍 부총리 "다음 달까지 대기업 집중 방문해 투자 협의"
민간투자 부진에 발목 잡힌 성장률…親 대기업 보폭 확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오전 피지 난디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제 19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오전 피지 난디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제 19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달까지 국내 대기업들을 집중 방문하겠다고 예고했다. 민간투자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 쇼크에 직면하자 뒤늦게 비상구 찾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 대규모 투자에 호평을 내놓는 등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친(親) 대기업 행보는 점차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피지 난디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제 19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 5~6월 두 달 동안은 집중적으로 대기업을 방문해 (투자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리 조율해 방문하는 방식보다도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투자를 구상만 하고 있다가 주저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정부의 의지와 정책에 대해 설명한다면 투자 실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투자 부진에 발목을 잡히면서 역성장을 기록하자 대안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은 2017년 4분기(-0.2%) 이후 1년 3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처럼 경제 성장률이 주저앉는데 결정타를 날린 것은 투자 축소였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나 감소했다. 이는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성장률을 뒷받침하던 정부 소비 증가율마저 같은 기간 3.0%에서 0.3%로 떨어지며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까지 2.6% 줄며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결국 향후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민간투자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대기업을 방문해 투자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최근 친 대기업 제스처를 취하며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건설현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찾아 삼성의 133조원대 투자 계획에 대해 야심찬 원대한 목표라는 표현을 쓰며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은 최근 들어 빈번해지는 추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어 유럽 순방 도중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 수소전기차를 시승했고, 올해 초에는 새해 첫 지역경제투어로 울산광역시를 찾아 수소경제 전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살펴보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5대 그룹 총수를 모두 청와대로 초청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올해 초에 냈던 메시지만 떠올려 봐도 상당히 달라진 의중이 읽히는 행보다. 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기업을 향한 투자 러브콜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직후 낸 논평에서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지금, 재벌 대기업에 기댄 개발 및 수출 중심의 경제 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오히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민주화를 통한 체질개선 등이 요구되는 시기이며, 이는 단기적 성과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차근차근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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