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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커녕…


입력 2019.05.01 06:00 수정 2019.05.01 04:34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 칼럼] 더 고착화한 이념진영 간 대립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적폐청산…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만드나

[이진곤 칼럼] 더 고착화한 이념진영 간 대립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적폐청산…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만드나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괗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2차 '독재타도 헌법수호 문재인 STOP,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STOP’이라고 씌여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괗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2차 '독재타도 헌법수호 문재인 STOP,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STOP’이라고 씌여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는 10일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임기 5년의 40%에 이르게 되는 것인데, 리더십 행사라는 측면에서는 이미 절반 이상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예로써 말하자면 5년째는 레임덕 현상 때문에 주도적이고 효과적인 국정운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주도력을 가지고 국정을 펼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년이나 1년 반쯤 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 후엔 공직사회,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까지도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관심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고착화한 이념진영 간 대립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만의 대통령이기를 고집해왔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날 ‘진정한 국민 통합’은커녕 ‘격렬한 분열과 대립’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화산은 지표면에서 예비 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그마방(그러니까 안보 위기 요인)이 어떻게 부풀어 오르는지에 대해서 이 정부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오직 김정은의 선의에 대한 기대감만을 부풀렸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지난 2년간 이념진영 간의 대립은 더 고착화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그는 코드인사에 집착하는 인상을 줬고, 인사과정은 무리로 점철됐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상징적 레토릭이 되었다. 그런데 그 판단은 누가 하는가.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경제‧인사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불리한 여론을 덮기 전에 아예 원천봉쇄하고 마는 통치술을 과시해온 게 아닌가.

“제 어깨는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사실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과 비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란 도대체 무엇일 수 있는가. 그걸 신이 아닌 인간이 이뤄낼 수 있다고 정말 자신했다는 것인가. 작은 허풍은 간파당하지만 큰 허풍은 환호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일까?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적폐청산

그 전해 12월, 그가 어떤 학자라는 사람과 인터뷰인지 대담인지를 한 내용이 한 시사월간지에 실렸다. 여기서 그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그 다음에 올 것은 ’혁명 뿐‘이라고 했다.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의 그 말은 촛불집회 군중을 격동시키면서 헌재와 검찰 그리고 특검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혁명은 기존 질서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서 비롯된다. 혁명이 시작되면 법치는 숨을 죽인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촛불혁명의 명령‘을 운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적폐청산에 나섰다. 직전 정부 그전 정부의 대통령을 비롯, 고위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혁명검찰에 소환됐고 혁명법정에 끌려 나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적폐청산은 집권 2년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대한민국을 국민들이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하고, 아무도 그걸 닦아주지 않는 나라로 상정했다는 뜻이다. 그의 인식 속에서 대한민국은 부도덕하고 부패하고 불공정하고 불의한 국가였고, 그래서 복수를 해주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었을까?

그는 취임하자마자 아마도 그간 마음에 담아뒀을 부조리를 일거에 제거하려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4대강 6개보 개방, △고리원전 1호기 영구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지시만으로 밀어붙였다. 민주적 방식과는 거리가 먼 행보였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악을 척결하는 데는 민주방식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공유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적폐청산과 함께 경제부문에 대한 정부의 견인력‧장악력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불공정으로 인한 서민들의 어려움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기업의 활력제고를 통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체제가 정의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걸 위해 최저임금은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엉뚱한 쪽으로 전개됐다. 서민이 일자리를 잃고 소상공인들이 파산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재미를 본 사람들도 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저서로 청년층의 분노를 부추겼던 어떤 사람은 청와대 근무 18개월 동안 11억 원의 재산을 늘려서 나갔다.

정부는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증원해서 일자리 수요에 부응코자 했다. 이에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장기적으로 소요된다. 2017~ 18년 두해 동안 정부는 추경을 포함 54조원을 일자리 확충에 투입했다. 그리고 올 예산에서도 26조 7천억 원, 게다가 추경안에 1조 8천억 원을 일자리 몫으로 계상했다. 줄어들기만 하던 일자리가 2, 3월에 좀 늘어나자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걸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제4차 산업혁명, 5G 이동통신 등 산업계는 미래를 향해 치닫는데 한국 정부는 이념지향성 경제시책 마련에 집착하는 인상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육성에 133조를 투입하겠다고 하는 판에 정부는 같은 기간, 그러니까 10년 동안 기껏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만드나

정치적으로 문 대통령은 민주정치의 성숙에 마음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보다는 권위주의적 방식에로의 회귀 의지만 과시해 왔다. 코드인사에 집착했고, 국회의 인사청문회의 취지는 외면했다. 그의 정부는 청와대 유일체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 예가 조국 민정수석의 개헌안 발표다. 비서가 대통령 또는 장관의 역할을 당당히 대신한 것이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도 거의 완벽하게 문 대통령에게 장악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한다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그 구성원들이 대통령과 가치관 이념 철학 정치적 목표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혁명의 길을 동지적 연대의식으로 함께 간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입법부까지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이를 밀어붙여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다음 총선이 이 법에 따라 치러질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의 의석수는 자칫 개헌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사회주의적 요소가 다분한 개헌을 시도한 바 있는 정부다. 한국당의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본격적으로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배격하는 헌법을 만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정치에 선의란 없다. 오직 개인적‧집단적 이기주의와 권력의 자기보존 및 확대 욕구만 있을 뿐이다.

거기에 더해 민주당은 친여 야3당과 함께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법안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하는데 성공했다. 검사 법관 경무관급 이상 경찰관을 위시해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공수처 관할 하에 들어간다. 그 밖에 정부 요인, 국회의원 등 유력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같은 처지가 된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할기관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외교·안보·국방 분야에서도 문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독선 독단 독주의 행태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 자처하며 김정은 띄우기에 애썼다. 그는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편향적 태도를 감추지 못했다. 북한 핵문제의 해법을 국제공조에서 찾는 게 아니라 김정은의 선의(善意)에서 찾으려 하는 듯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 원칙에서는 요지부동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도박 책략도 변할 기미가 없다. 민족자주·자결의 기치를 내건 문 대통령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면서 분주히 양측을 오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은 전 정권 격하와 단죄, 분배 중시 경제정책, 재벌 규제, 시장원리 배격, 자유민주주의 외면, 대통령에로의 국가권력 집중, 그리고 외세배격과 민족자주·자결주의를 통한 통일추구로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태도는 바뀔 것 같지가 않다. 운동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떠받들리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순리가 아닌 길을 고집하면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닥친다. 너무 늦지 않게 그 점을 깨달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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