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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감축 공약’ 미세먼지 걷힌 야구장이 그립다


입력 2019.05.02 06:01 수정 2019.05.02 09:0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19시즌 KBO리그 예년에 비해 관중 감소

미세먼지가 적지 않은 영향 미친다는 분석

2019시즌 KBO리그 예년에 비해 관중 감소
미세먼지가 적지 않은 영향 미친다는 분석


지난 시즌 미세먼지로 뒤덮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 ⓒ 연합뉴스 지난 시즌 미세먼지로 뒤덮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 ⓒ 연합뉴스

“미세먼지 때문에 야구장 가기가 겁나요.”

인천에 거주 중인 전 모(36) 씨는 SK 와이번스의 오랜 팬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성인이 된 뒤에는 자주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는 이른바 ‘프로 직관러’다.

결혼 후 아들을 낳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패밀리석 자리를 자주 구매하는가 하면, 아예 시즌권을 끊을 정도로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2019시즌 단 한 번도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전 씨는 “중국과 가까워서 그런지 문학 야구장의 미세먼지가 다른 구장에 비해 더 심하다는 느낌이다. 나 혼자 관람을 하면 모를까 6살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오기에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아예 야구장 오는 것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SK의 홈구장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는 총 103만 7211명(전체 3위)의 관중이 찾았다. 역대 두 번째 100만 관중 돌파이자 2012년 106만 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평균 관중 역시 1만 4406명(3위)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흥행에 성공한 SK다.

2일 현재, 총 19경기 치른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는 약 22만 명(경기당 평균 1만 2836명)의 팬들이 찾고 있다. 평균 관중은 지난해에 비해 약 11% 정도 줄어든 수치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SK 구단의 팬 서비스가 리그 최고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다른 구단들도 관중이 줄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관중 동원 1위를 기록한 두산 베어스는 경기당 1만 5445명에서 1만 2513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감소율은 19%에 이른다.

올 시즌 성적 고공행진 중인 LG와 새 구장을 오픈한 NC만이 상승했을 뿐, 나머지 8개 구단들은 모두 감소 추세를 보였다.

사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의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야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비판적 시선,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 등 관중 감소 요인이 적지 않게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서도 미세먼지는 관중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가장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KBO리그는 미세먼지와 관련, 경기 취소 규정을 마련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 연합뉴스 KBO리그는 미세먼지와 관련, 경기 취소 규정을 마련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KBO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규정을 새로이 신설했다.

KBO는 경기 개시 전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 경보(PM2.5(초미세먼지) 150μg/m³이상 또는 PM10(미세먼지) 300μg/m³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인 때)가 발령되었거나 경보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이 규정은 손질을 거쳐 경기 개시 후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었을 경우에만 심판위원의 판단에 따라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것을 경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경보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하는 상태라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그만큼 KBO도 미세먼지와 관련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야외에서 치러지다 보니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척 스카이돔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지만, 전국 모든 야구장에 고척돔처럼 지붕을 덮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미세먼지를 해결할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하고, 이 역할은 문재인 정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고척 스카이돔과 함께 모든 구장에 지붕을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연합뉴스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고척 스카이돔과 함께 모든 구장에 지붕을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미세먼지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통한 국민 ‘호흡권’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경유차 감축,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친환경차 보급 등으로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 상황은 정부의 말처럼 개선된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여러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장의 효과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으며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장시간 야외에 있어야 하는 야구장이라면 이에 대한 체감이 훨씬 더 안 좋아진다.

문제는 심각한 호흡기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농도’(50㎍/㎥ 기준) 일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해 고농도 초미세먼지 일수는 16일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벌써 18일로 늘었다. 일반 시민들이 미세먼지와 관련해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최단체지원금으로 마스크 75만개를 제작해 KBO리그 10개 구단에 배포했고 구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그러나 야구팬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맑게 갠 하늘 아래 아이들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이다. 희뿌연 하늘을 당장 맑게 만들 수 없지만 국민들은 획기적이면서 빠른 조처를 원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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