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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한미FTA 정국'과 '패스트트랙 정국'


입력 2019.04.27 05:00 수정 2019.04.27 04:34        고수정 기자

회의 개최 막기 위한 점거…망치 등 장비 동원 '흡사'

회의 개최 막기 위한 점거…망치 등 장비 동원 '흡사'

2008년 12월 18일 오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FTA 상정을 강행하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가운데 민주당 측에서 소방호스로 외통위 안에 물을 뿌리자 안에서 소화분말로 응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08년 12월 18일 오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FTA 상정을 강행하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가운데 민주당 측에서 소방호스로 외통위 안에 물을 뿌리자 안에서 소화분말로 응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저지를 하는 모습이 약 10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정국'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와 2008년 둘 다 회의 개최를 막기 위한 회의장 입구 봉쇄는 물론 망치 등 장비가 동원됐다.

2008년 12월 18일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현 외교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국회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고, 이 때부터 회의실에 진입하려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한나라당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망치와 정을 동원해 문을 뜯어냈다. 회의장을 지키던 경위들과 몸싸움이 시작되면서 "이 XX 끌어내!" 등과 같은 폭언이 난무했고 곳곳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문이 뜯기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경위들을 동원해 소파와 각종 집기들로 문앞에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회의장 진입에 실패한 민주당은 당직자들을 통해 회의장 안에 소방호스로 물을 뿌렸고, 한나라당 측도 회의실에서 문밖으로 소화기를 분사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톱도 등장했다.

두 당의 대치가 격해지자, 박진 외통위원장은 "민주당의 폭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18대 국회에서 첫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순간이었다. 외통위가 개회된지 5분 만에 비준 동의안이 상정됐고,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시간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정국을 통해 18대 국회는 '전기톱 국회', '망치 국회'라는 오명을 낳았다.

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가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장도리와 쇠지레로 문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가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장도리와 쇠지레로 문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번 한국당 발(發) '패스트트랙 저지 정국'도 선거제·공수처 법안의 발의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개최를 막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2008년과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두 당의 입장과 현 국회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당은 야당이 됐고, 민주당은 여당이 됐다. 또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회의를 방해할 목적의 물리적 충돌은 위법사항이 됐다.

한국당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의 발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7층 의안과, 각 특위의 개최지로 예상되는 회의실을 점거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각 방의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 보좌진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밤샘 대치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의안과 문을 걸어 잠가, 이를 여는 과정에서 속칭 '빠루(노루발못뽑이)'와 망치·장도리가 등장했다. 이를 동원한 주체를 두고 한국당과 민주당은 공방을 벌였으며, 한국당의 의안과 점거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 완료에 따라 일시 종료됐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번 한국당의 점거 상황은 2008년 한미FTA 비준동의안 정국과 매우 흡사하다"며 "양 정당 모두 2008년 당시 '전기톱 국회' '망치 국회' 등 프레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이번 정국에서 동원 주체에 대한 공방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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