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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악화 주범 ‘문케어’…"전면 수정하라"


입력 2019.04.24 06:00 수정 2019.04.24 06:06        이은정 기자

건강보험 재정 8년 만에 적자

건보 보장성 확대하면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건강보험 재정 8년 만에 적자
건보 보장성 확대하면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제1차 국민겅강보험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연합뉴스 제1차 국민겅강보험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연합뉴스

정부가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에 4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히면서 건강보험료 폭탄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에 들어간다고 밝힌 금액은 총 41조5842억원이다. 기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쓰이는 30조6164억원에 추가로 6조4569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미 문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6년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추가 재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보 적자가 2023년 3조8000억원, 2027년에는 7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까지 20조5955억원이 쌓인 누적적립금은 2026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건보 보장성 강화로 인한 추가 지출은 그다음 대통령 재임 기간(2023~2027년)에는 57조7000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현 정부뿐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도 건보재정 부담을 이어받는 셈이다.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 '7년 흑자'는 옛말

건보 재정은 2012~2016년 연간 3~4조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립금이 2017년 20조773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보다 지출이 1778억원 많았다.

건보 재정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고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의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체 지출이 62조3000억원으로 2017년(57조3000억원)에 비해 5조원가량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복부 초음파 검사, 종합병원 2∼3인용 병실료 등에 건보 적용을 확대했다. 2022년까지 미용, 성형을 제외한 전 분야로 확대돼 적자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문제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존에 밝힌대로 보험료율 평균 인상률(3.2%)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금 확대, 수입 및 지출 관리를 병행하면 11조원대의 누적적립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건보료율(월급에서 건보료로 내는 비율)은 법정상한 8%에 묶여있어 매년 인상하기 어렵다. 현재 보수월액의 6.46%인 보험료율을 매년 3.2%씩만 올려도 2027년이면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을 보면 현 건보료율 법정 한도를 넘어 2016년 8.12%, 2027년 8.38%까지 올려야 누적 적립금 고갈을 막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월급 270만원 회사원이 올해는 매월 8만7200원을 건보료로 내지만, 2027년에는 11만3100원을 내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도 건보재정에 부담

급격한 고령화로 건보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65세 이상 환자의 요양 병원 진료·입원에 투입된 건보 재정만 2010년 1조1253억원에서 2017년 3조3932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요양병원 외에 다른 곳에서 쓴 진료비까지 합치면 2017년 65세 이상 환자의 진료·입원비와 약값으로 건보 재정에서 지출한 돈이 20조4922억원에 달했다.

매년 30만명씩 증가해온 노인인구는 2020년 40만명, 2025년부터는 50만명씩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한 고령화 탓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적립금도 2022년에 고갈될 전망이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건보료 낼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의료계 "문재인 케어 전면 재검토하라"

의료계는 꼭 필요한 부분부터 천천히 건보 보장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가 과잉진료를 유발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건보 보장성은 확대하면서 지출은 줄이려고 의료계에 부담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병원의 평균 원가 보전 비율은 87.1%에 그쳤다. 환자를 진료할 때 1000원이 든다면, 건보에서 받은 수가와 환자 본인 부담금을 합쳐도 870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병원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건강보험은 가야한다고 본다"면서 "재정고갈이 뻔히 보이는데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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