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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위기 맞은 한진·금호...'비상(飛上)' 아닌 '비상(非常)'


입력 2019.04.18 06:00 수정 2019.04.18 06:12        이홍석 기자

부친 사망·사퇴로 경영 승계 속도내야 하지만 난관 많아

자금·지원군 없이 위기 극복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 될듯

부친 사망·사퇴로 경영 승계 속도내야 하지만 난관 많아
자금·지원군 없이 위기 극복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 될듯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각 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각 사
국내 양대 항공 그룹의 3세로의 경영승계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닺히고 있다. '비상(飛上)'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비상(非常)'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회장 별세로 3세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 체제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 승계에 따른 상속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속세 재원 마련 발등에 불 떨어진 조원태=현재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대한항공·(주)한진 등 자회사, 한국공항·한진정보통신 등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곧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만 공고하면 안정적으로 그룹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경영승계시 통과의례인 상속세 납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조 사장 등 오너 일가의 한진칼 보유 지분이 낮아 취약한 지배력이 경영권 승계시 상속세 문제 해결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질수 있다는 점이다. 조 사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2.34%로 낮아 별세한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17.84%) 상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또 조현아(2.31%)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2.30%) 전 대한항공 전무 등도 보유 지분이 많지 않아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은 28.95%(이하 보통주기준)다. 특히 조 회장의 지분 상속시 상속세(일반 상속세율 50% 단순 적용시)를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우호 지분은 20.03%으로 줄어들 수 있다.

현재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13.47%)와 국민연금(7.34%)의 합산 지분율이 20.81%라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그룹 지주회사 보유 지분 축소가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이 때문에 조 사장이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부동산 및 비핵심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 한진칼 보유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식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금창출 능력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로 삼촌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이미 한진칼 지분 인수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여서 지원군 역할을 해 줄 백기사를 찾는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진은 고 조양호 회장이 워낙 왕성하게 활동했던 터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경영 승계 사례인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 별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며 착실히 준비를 해 와 큰 무리가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이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추려면 최소한 현재의 한진칼 보유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재원 마련하는 일이나 백기사를 확보하는 일 모두 쉽지 않아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시작 전부터 위기 맞은 박세창=금호아시아나그룹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처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친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퇴에 이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시작도 못 해 본채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룹 IT서비스 회사인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여서 향후 매각 과정에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다.

또 그룹에는 금호산업·금호고속·금호리조트만 남게 돼 사실상 대기업 그룹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진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으로 자산규모가 7조원대인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11조원이 넘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원대 후반으로 하락하면서 상호출자제한이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도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25위권인 재계 순위도 60위권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그룹보다도 뒤처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지난해 5월 말 기준 11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규모는 5조7660억원으로 대기업집단 순위는 55위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데일리안 홍금표기자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데일리안 홍금표기자
박 사장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이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으로 적을 옮겨서 그룹의 재건을 꾀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등 현재 속해 있는 기업들의 유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또 조원태 사장과 마찬가지로 부친이 형제들과 관계가 좋지 않아 삼촌의 지원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11.98%)여서 향후 회사 매각 과정에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전략적 협력도 현실화된다고 해도 금호가 아닌 향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기업과 이뤄질 가능성이 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 표면적으로 화해했지만 관계가 회복된 것은 아닌 만큼 조카인 박세창 사장을 나서서 도와줄 가능성은 만무해 박 사장이 당장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의 경우, 3세 경영이 시작 전부터 위기를 맞은 사례”라면서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해도 그룹 현안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박세창 사장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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