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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절반 전출' 김기홍 JB금융 회장, '김한 지우기' 칼바람


입력 2019.04.17 06:00 수정 2019.04.17 06:02        부광우 기자

취임 하자마자 첫 인사…지주 직원 대거 자회사 발령

디지털 사업부서 등 직격탄…정권교체 역풍에 뒤숭숭

취임 하자마자 첫 인사…지주 직원 대거 자회사 발령
디지털 사업부서 등 직격탄…정권교체 역풍에 뒤숭숭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JB금융지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JB금융지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지주 직원 절반 가까이를 계열사로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한 전 회장 체제에서 디지털 사업을 주도하던 부서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기홍 회장이 전임 회장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칼을 뽑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의 역할을 고려하면 지나친 광폭 인사란 비판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단행된 JB금융 내부 인사에서 지주 소속 직원들 중 34명이 자회사로 발령됐다. 이중 전북은행으로 전출된 직원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광주은행 12명, JB우리캐피탈 1명 등 순이었다.

이는 기존 지주사 전체 정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에 소속된 정규직 직원 수(71명)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이번에 자회사로 전출 발령된 인원은 이 가운데 47.9%에 이른다. 반대로 자회사에서 지주로 전입해 온 인사는 18명에 그쳤다. 이로써 JB금융의 지주 소속 직원은 30% 가량 줄게 됐다.

본부별로 보면 디지털전략본부의 인력 감축이 가장 눈에 띄었다. 해당 본부의 산하 부서인 디지털기획부와 정보기술(IT)기획부, 마케팅기획부 직원들 중 지주를 떠나게 된 이들은 총 11명이었다. 이번에 지주에서 자회사로 전출된 전체 직원들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는 디지털전략본부에서 나온 셈이다.

JB금융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홍보부도 이번 인사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꼽히는 부서다. 홍보부에 속해 있던 4명의 인원 중 3명이 자회사로 나가게 됐다. 부장을 포함해 시니어 매니저 2명이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으로 전출됐고, 말단 실무진 직원 1명 만이 자리를 지켰다.

이 같은 JB금융의 조직 물갈이가 주목을 받는 가장 이유는 김기홍 회장이 수장이 된 후 처음으로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 있다. 김기홍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후, 지난 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JB금융의 공식 대표이사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기홍 회장의 칼바람 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재용 경영전략본부장 전무가 지난해 말 임기 종료를 끝으로 지주를 떠나면서다. JB금융에서 전무는 김한 전 회장 이하 가장 높은 직위였다. 그리고 이 본부장은 JB금융 내 유일한 전무였다. 이처럼 김한 전 회장 아래 2인자를 김기홍 회장이 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러자 김병용 상무와 박민영 이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기홍 회장은 부사장 직을 신설해 권재중 부사장을 선임했다. 권 부사장은 신한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과 경영기획그룹장 출신의 외부인사로 김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JB우리캐피탈과 JB금융지주, 전북은행에서 경영기획과 종합기획을 맡았던 이준호 상무가 선임돼 경영지원본부를 맡게 됐다.

이런 정황들 탓에 JB금융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른바 사내 정권이 바뀌었으니 조직 개편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김기홍 회장이 전임 회장의 흔적을 지우고 친정 체제를 꾸리는데 너무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JB금융 관계자는 "JB금융이 처음 설립될 때부터 그룹을 이끌어 온 김한 회장이 6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수장이 지휘봉을 잡은 만큼 변화가 클 것이라 보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 규모에 다소 뒷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별한 결격 사유 없이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한 꼴이 된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특히 인사의 주요 타깃이 된 디지털 관련 부서는 김한 전 회장이 임기 동안 남달리 공을 들인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를 통해 JB금융은 2017년 핀테크 기업에 제공되는 오픈뱅킹 플랫폼인 오뱅크(Obank)를 출시했다. 김한 회장은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 달 말까지도 국제 핀테크업계 최대 행사인 머니 2020이 열린 싱가포르를 찾아 직접 Obank를 알리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기홍 회장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JB금융의 디지털 전력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계열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에서 구축한 오픈뱅킹 플랫폼을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CIMB에 적용한다는 계획에도 변동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JB금융은 Obank를 지속 운영해 나가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디지털 전략을 다시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계열 금융사들의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빠른 변화를 가져갈 때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못 지 않게 안정성도 중요하다"며 "정무적 이유 등 업무 외적인 요소로 인해 그룹의 장기 청사진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아야 금융지주 본연의 장점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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