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우산 뺏는 시중은행…제조업 부실대출 1조 이상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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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7월 19일 09:51:21
    비올 때 우산 뺏는 시중은행…제조업 부실대출 1조 이상 급감
    6대銀 보유 제조업 부실대출 1년 만에 24.7% 감소
    업황 악화에 리스크 관리 본격화…기업 부담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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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4-16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6대銀 보유 제조업 부실대출 1년 만에 24.7% 감소
    업황 악화에 리스크 관리 본격화…기업 부담 키우나


    ▲ 국내 주요 은행 제조업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들이 지난해 제조업체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발생한 부실 대출을 1조원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제조업에 대한 여신은 6조원 넘게 늘리면서도 위험은 축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조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어려울 때 우산을 뺏는 은행의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보유한 제조업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1168억원으로 전년 말(5조4663억원) 대비 24.7%(1조3495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이 내준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행은 대출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을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제조업 부실채권 감축 속도가 가장 눈에 띄었다. 우리은행의 제조업 고정이하여신은 4266억원으로 같은 기간(1조533억원) 대비 59.5%(6267억원) 급감하며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하나은행의 제조업 고정이하여신 역시 7451억원에서 4102억원으로 44.9%(3349억원)나 줄며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다른 은행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같은 흐름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제조업 고정이하여신은 4595억원에서 3625억원으로 21.1%(970억원)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7098억원에서 5681억원으로, 신한은행은 6465억원에서 5222억원으로 각각 20.0%(1417억원)와 19.2%(1243억원)씩 제조업 고정이하여신이 줄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유일한 국책은행으로서 제조업 대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만 관련 고정이하여신이 1조8521억원에서 1조8272억원으로 1.3%(249억원) 감소하는데 그치며 변화폭이 제일 적었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이 제조업체들에게 내준 전체 대출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부실 채권 감소가 여신 감축에 따른 현상은 아니란 얘기다. 6대 은행들이 보유한 지난해 말 제조업 대상 여신은 289조5033억원으로 1년 전(282조9761억원) 대비 2.3%(6조5272억원) 늘었다.

    결국 은행들의 제조업 부실 채권 축소는 위험 관리를 강화하며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 만큼 은행들이 국내 제조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줄었다. 이는 2013년 3월(-2.1%)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2.6% 감소했고, 제조업 출하 역시 2.1% 줄었다. 반면 제조업 재고는 0.5% 증가하면서 경기 악화가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아울러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의 노동 생산성은 그 증가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둔화됐다는 조사도 나왔다. 기술 수준이 높은 선도기업도 예외가 아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 3월호에 실린 산업별 노동 생산성 변동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1~2015년 연평균 제조업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2.2%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7.9%)보다 5.7%포인트 급락했다. 반도체와 휴대폰이 포함된 고위기술의 연평균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기간 14.5%에서 6.8%로 7.7%포인트 떨어졌다. 자동차·선박·기계 등 중고위기술 노동 생산성 증가율도 6.5%에서 0.0%로 하락했다.

    기업 수준별로 보면 총 요소 생산성이 상위 5%에 해당하는 선도 기업도 노동 생산성 증가율 둔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기술 업종의 선도 기업 총 요소 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 11.2%에서 이후 7.1%로 4.1%포인트 떨어졌다. 중고위기술 업종에선 이전 시기보다 8.6%포인트 낮아지며 ·0.7%가 됐다.

    이런 여건 상 제조업 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는 당분간 강화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보신주의로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 업황 악화에 따른 위험 축소 노력은 불가피한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인만큼, 이들에게 금융비용 확대 부담까지 과도하게 지우지 않도록 돕기 위한 대승적인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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