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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있는 기업들이 끌고가야"...조양호 회장이 남긴 말


입력 2019.04.09 15:20 수정 2019.04.09 15:37        이홍석 기자

한우물만 판다는 경영철학 속 내실과 차별화 역설

고객 서비스와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한우물만 판다는 경영철학 속 내실과 차별화 역설
고객 서비스와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


"한국경제는 결국 ‘오너십’이 있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로 끌고 가야 합니다. 미국 기업들이 ‘오너’가 없어 단기 이익만 노리고 장기투자를 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투자하고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폐질환으로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로 국내 기업들을 이끄는 오너십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조 회장은 이 말에서처럼 기업 오너들의 노력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져왔다.

이는 이보다 3년전에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2008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의 체질이 미국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 회장은 당시 "지나친 고액 연봉과 단기 실적 위주인 미국 경영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입니다"며 "우리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희생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며 오너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또 기업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론을 보여온 경영자 였다. 지난 2008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show)’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엔 ‘한우물을 판’ 기업들이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라며 "약점을 보완하거나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얻기 위한 인수합병(M&A)는 항상 열어두고 있지만 덩치 키우기를 위한 M&A는 절대 사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2006년에는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 지금 지키기도 힘든데…"라며 "신규사업 하다가 잘못된 그룹도 많은데 그런 실수를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로 했다. 이어 "물류에서 일류(一流)가 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한 눈 팔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조 회장이 오너 시절 한진그룹이 단행한 대규모 M&A는 지난 2013년 한진해운 인수뿐으로 그것도 동생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했던 기업을 되찾아오는 개념이었다.

조 회장은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을 보다 중시한 인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갈수록 빨라지는 시대적 변화에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인 지난 2009년 3월 40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에서 "대한항공이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회사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11년 신년사에서는 "기술과 경영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차별화된 경쟁 역량이 없으면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며 "전 분야에 걸쳐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비 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미래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소프트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3월 창립 44주년 기념사에서는 "미래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할 일을 다 하고 정도를 걷는다면 어떠한 경영환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날이 새롭고 더욱 새로워 진다는 ‘신우일신’의 자세로 항상 변화하면서 어려움에 대비한다면 우리의 비전과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회장이 남긴 주요 어록이다.

[경영철학 관련]

- 서비스는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벤치마킹한다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안전이나 규정을 지키되, 유연성 있게 규정과 안전 범위 내에서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 즉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게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10월 언론 인터뷰 중)

- 항공산업은 한 두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전문가들이 책임 있게 일해 나가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최고경영자나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론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끔 하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항공업계의 최고경영자입니다 (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 저는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Respectable Airline, 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대한항공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말입니다. “대한항공은 믿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다” 이런 생각을 심는 겁니다. “대한항공이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테니 한번 검토해 봐라”라는 얘기를 듣는 것,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 가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보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와 소비 패턴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업계 관계자들과 경쟁업체들은 무엇을 하는지, 각종 시스템으로 수집한 정보들의 타당성 여부를 늘 현장을 통해 점검하고 재확인해야만 합니다. (2017년 3월 창립 48주년 기념사 중)

-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로 고객의 여행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하는 것, 그것이 안전과 서비스의 시작입니다. 여행이 소중한 까닭은, 떠나고, 만나고, 새로운 경험의 과정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나고, 만나고, 새로운 것으로 개선하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 경영입니다. (2018년 1월 신년사 중)

[미래 성장전략 관련]

- 고객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IT의 발달로 기업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만 해서는 부족하며, 미리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2009년 1월 신년사 중)

-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진그룹이 지향하는 구조조정의 정의입니다. (2012년 3월 43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안전/서비스 관련]

-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입니다.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 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2016년 1월 신년사 중)

- 항공사 경영은 ‘안전’과 ‘서비스’를 재료로 ‘고객의 행복’ 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입니다.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철저하고 탁월한 품질의‘안전’과‘서비스’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 대한항공의 규정과 매뉴얼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판입니다. 그러한 규정과 매뉴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몫입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왜?’ 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왜 대한항공이어야 하는지 답을 주려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대한항공만의 차원이 다른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 자체가 고객의 물음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며 나아가 마케팅의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2017년 3월 창립 48주년 기념사 중)

[사회공헌 관련]

-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서비스는 돈이 아닌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측면과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는 뜻에서 접근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이용해주신 고객이 없었다면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2월 루브르박물관 한국어안내서비스 기념행사 중)

-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적 대업에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09년 9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수락 연설 중)

-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곧 우리 고객을 사랑하는 것이며 우리 자신과 인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의무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의무를 다하여 인류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발전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을 든든히 다져야 하겠습니다. 환경경영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우리 회사가 영속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2010년 3월 41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 지속되는 위기와 예측 불가한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 공동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함께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동행의 요체는 ‘유아독존’이나 ‘나만 잘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웃과 힘을 보태고 정을 나누어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2013년 1월 신년사 중)

-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함축한 표현입니다. 우리의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봉사와 실천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14년 3월 창립45주년 기념사 중)

-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회사인 만큼 우리 삶의 전반적인 행복은 직장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본연의 업(業)인 수송 또한 여행을 통해, 만남을 통해 그리고 물품의 전달을 통해 결국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원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이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인만큼 모든 임직원이 먼저 행복해져야 합니다. (2016년 1월 신년사 중)

- 우리 회사의 사훈은 ‘창의와 신념’, ‘성의와 실천’, ‘책임과 봉사’ 입니다. 그 중 ‘책임’과 ‘봉사’가 하나로 묶여 있는 이유는 우리 각자가 주어진 임무에 ‘책임’을 다할 때 그것이 고객과 국민에 대한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2016년 3월 창립 47주년 기념사 중)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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