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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勞-勞 갈등…중국산 엔진 수입 검토에 일부 조합원 특근


입력 2019.04.09 11:12 수정 2019.04.09 14:03        박영국 기자

집행부 '특근 거부' 지침 어기고 200명 주말 특근 실시

엔진 부족으로 중국산 엔진 수입 검토…고용불안에 특근 나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르노삼성자동차

집행부 '특근 거부' 지침 어기고 200명 주말 특근 실시
엔진 부족으로 중국산 엔진 수입 검토…고용불안에 특근 나서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되며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로 노-노 갈등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및 고용불안으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측이 엔진 공급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산 엔진 수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를 느낀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지침을 어기고 주말 특근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동조합원 200명가량은 지난 6~7일 주말 특근을 실시했다. 주로 엔진 생산라인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특근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임금·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파업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으나 일부 조합원들이 이 지침을 어기고 주말 특근에 참여한 것이다.

이들이 특근에 참여한 것은 ‘사측의 중국산 엔진 도입 검토’ 소식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르노삼성은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엔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국 닛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엔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엔진이 생산 단가는 저렴하지만 물류비용과 르노삼성 차량에 장착하기 위한 추가 작업비용 등을 감안하면 도입 단가는 오히려 자체 생산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엔진이 없어 차를 못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하기에 생산 차질이 계속된다면 중국산 엔진 도입이 불가피하다.

중국산 엔진 공급이 본격화되면 부산공장 엔진 생산라인의 일감이 줄고, 이는 해당 라인 근로자들의 고용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이를 감지한 엔진 라인 일부 근로자들이 특근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노-노 갈등은 향후 완성차 물량 부족이 본격화되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물량 부족으로 현 주야 2교대인 생산직 근무 체계를 1교대로 전환하면 고용 불안이 전체 조합원들에게 확산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쿠페형 SUV ‘LJL(국내명 XM3)’의 유럽 수출물량 확보를 위해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르노가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당초 르노는 르노삼성 노사에 LJL 물량 배정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3월 8일까지 임단협 타결을 요구했으나 노조가 막판에 사측에 전환배치 요건 강화 등 인사권과 관련된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타결이 무산됐다.

사측은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지난달 프랑스 르노 본사를 방문해 LJL 수출 물량의 부산공장 배정을 다시 한 번 당부했지만, 노조 파업이 계속된다면 르노삼성이 물량 배정을 요구할 명분도 점점 희박해진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잦은 파업으로 생산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자 르노 스페인 공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공장에서 LJL을 생산하려면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나 생산성 면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스페인 공장이 우리 부산공장보다 인건비도 저렴하고 생산성도 좋다”면서 “부산공장은 추가 설비 투자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이점이었으나, 파업으로 생산이 불안해지면 르노 본사 입장에서 스페인 공장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르노삼성은 설령 LJL 수출 물량을 배정받는다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릿고개를 겪어야 한다. 로그 미국 수출물량 수탁생산계약이 끝나는 9월 이후 공백을 채울 차종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로그 미국 수출물량 수탁생산계약은 올해 9월 끝나는데 LJL의 유럽 수출은 설령 르노삼성이 따낸다 해도 내년 하반기부터나 이뤄질 예정이고, 그때까지 1년 가까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노사가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며 고용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 그나마 LJL 수출 물량을 확보한다면 언제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일단 르노가 스페인 공장에 설비 투자를 결정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현재 르노삼성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는 강성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나, 현실을 직시한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우선 회사부터 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이뤄진 특근도 그런 조합원들의 여론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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