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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수출…불황형 흑자마저도 '위태'


입력 2019.04.06 06:00 수정 2019.04.06 07:08        부광우 기자

상품수지 흑자 4년 7개월 만에 최소

"경상수지 조만간 적자 전환 가능성"

상품수지 흑자 4년 7개월 만에 최소
"경상수지 조만간 적자 전환 가능성"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 들어서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인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4년 7개월 만에 최소 기록을 다시 썼다.ⓒ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 들어서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인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4년 7개월 만에 최소 기록을 다시 썼다.ⓒ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 들어서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인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4년 7개월 만에 최소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며 불황형 흑자 기조가 감지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더 짙어지며 조만간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36억달러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2년 5월부터 82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게 됐다.

경상수지만 놓고 보면 겉모양은 나쁘지 않지만 주요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불안한 지점은 경상수지의 중심인 상품수지다. 상품수지는 54억8000만달러 흑자를 유지했지만, 그 규모는 2014년 7월(54억2000만달러) 이후 가장 작았다.

이처럼 상품수지가 위축된 이유는 단순하다. 수출이 줄어서다. 올해 2월 수출은 40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449억9000만달러) 대비 10.8%나 감소했다. 한은은 이 같은 수출 축소 요인으로 반도체 단가 하락과 석유류 수출 부진,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 등을 꼽았다.

그럼에도 상품수지가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수출보다 더 많이 쪼그라든 수출에 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다. 같은 기간 수출은 394억2000만달러에서 346억5000만달러로 12.1%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 수입 감소와 원유 등 석유류 단가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에 곧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이 감소하고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 집중되는 오는 4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배당 시즌에 발생할 대규모 적자를 줄어드는 상품수지가 만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배당금 총액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를 웃도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보유 비중을 감안하면 배당금 송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서비스수지의 개선은 상품수지 부진의 와중 경상수지를 떠받든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7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26억1000만달러)보다 34.1% 축소됐다.

서비스수지 항목들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수지 적자가 14억2000만달러에서 11억4000만달러로 19.7%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입국자가 같은 기간 15.0% 늘었으나 출국자는 13.3% 증가하는 데 그쳐서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가 31.3%, 일본인이 26.7%나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4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배당 지급이 많고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탓에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 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개선되는 만큼 추세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수지의 위축과 배당이 겹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일시적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며 "문제는 수출의 주력인 반도체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자칫 적자가 생각보다 장기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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