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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도 안들린다"는 자유조선...존재감 부각 이유는?


입력 2019.04.02 16:25 수정 2019.04.02 17:23        이배운 기자

언론·SNS 전파력 적극 활용…"큰 일 준비중" 등 혁명 수차례 예고

전문가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대대적인 메시지 표출·확산 필요"

탈북민 "조직원 신상 추적은 자제해야…북한 내 가족들이 위험"

언론·SNS 전파력 적극 활용…"큰 일 준비중" 등 혁명 수차례 예고
전문가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대대적인 메시지 표출·확산 필요"
탈북민 "조직원 신상 추적은 자제해야…북한 내 가족들이 위험"


자유조선 조직원이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자유조선 자유조선 조직원이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자유조선

북한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한 반(反)김정은 단체 '자유조선(前천리마 민방위)'이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자유조선의 최근 행적에 따르면 언론·SNS의 전파력을 활용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조선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고 숨소리도 들을 수 없다"며 "우리의 존재는 오직 김 씨 일가 독재를 겨눈 전선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큰 일 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때까지 폭풍전야의 침묵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적의 사실들을 지지하고 인내해서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폭풍전야의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와는 달리 자유조선은 지난 한 달간 홈페이지에 11건의 게시물을 올리며 적극적인 대외 선전에 나섰다. 이 중 4건은 공식 입장을 전파시키려는 목적이 뚜렷하고, 1건은 단체의 활동에 대한 메일링 서비스를 접수하는 게시물이다.

또 지난달 1일 발표한 '자유 조선을 위한 선언문'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 작성됐고, 한 여성이 이를 낭독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됐다. 또 지난달 20일 공개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바닥에 내팽개치는 영상도 유튜브에 게시됐고 한글·영어 자막이 병기됐다. SNS 공유를 통한 광범위한 확산을 의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마드리드(북한대사관)에 관한 팩트들' 입장문은 표면상으로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은 북한 대사관 사건의 배후임을 공식화하고 "FBI와 엄청난 잠재 가치를 지닌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 "세계적으로 매우 민감한 작업에 계속 종사하고 있다"며 단체의 행동 능력을 과시하는데 무게를 뒀다.

아울러 "이 정권의 대사관은 불법 마약, 무기 밀매의 중심지"라며 단체의 정당성을 호소했고, 향후에도 비슷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 정권 전복 의지를 수차례 공언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단체는 올해만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엄하게 명령", "큰 일들을 준비", "김정은 정권을 뿌리채 흔들것", "더 큰일이 앞에 있다", "김 씨 일가 세습을 끊어버릴 신념", "새 북조선이 올 날을 기대", "자유 조선의 건립을 선언", "포악한 권력을 철폐" 등 혁명을 예고하는 표현을 10회 이상 사용했다.

자유조선 조직원이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폐기하고 있다. ⓒ자유조선 자유조선 조직원이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폐기하고 있다. ⓒ자유조선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유조선의 존재가 널리 알려질수록 북한 주민들이 동요하고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앞당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 당국은 철저한 사상·정보 통제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외 탈북자들과의 은밀한 네트워크, 중국 접경지역에서의 정보전달, 인터넷 등을 통해서 자유조선의 메시지가 주민들 사이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은 "혁명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는 혁명의 주체세력, 혁명 메시지의 전달수단, 혁명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다"며 "북한은 그동안 이들 요소가 막혀 있었지만 자유조선은 혁명의 유의미한 주체세력으로서 거의 사상처음으로 등장했고, 이외 남은 두 가지 요인도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손 총장은 이어 "위로부터의 혁명은 철저한 비밀유지 속에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이뤄지지만,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표출하고 주민들이 전방위적으로 떨쳐 일어나면서 성사되는 것"이라며 "자유조선의 적극적인 선전활동들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현재 북한 정권을 가장 크게 흔들 수 있는 방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 외에 또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대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자유조선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해 주민들이게 '새로운 길'이 있다는 엄청난 충격과 호기심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유조선이 보호하고 있는 김한솔의 존재는 주민들을 설득·결집 시키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엘리트 계층에게도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줄 것"이라며 "다양한 레벨의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유조선 조직원 개개인의 신상을 파헤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자유조선은 최근 홈페이지에 "우리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자제 해달라", "단체 구성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더라도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탈북민 출신의 한 전문가는 "조직원의 정체가 드러나면 북측의 직접적인 암살 시도도 물론 위협적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해코지다"며 "조직원들이 스스로 몸을 지킬 능력이 있더라도 가족들이 약점으로 잡혀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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