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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감독' 김윤석의 가능성을 엿보다…'미성년'


입력 2019.04.07 09:39 수정 2019.04.07 12:11        부수정 기자

첫 연출 데뷔 '호평'

염정아·김소진·김혜준·박세진 주연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영화 '미성년' 리뷰
김윤석 감독 데뷔작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순 없었어?"

고등학생 딸 윤아(박세진)가 엄마 미희(김소진)에게 묻는다. 가슴을 치는 이 대사 한 마디는 영화 '미성년'이 던지는 메시지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말만 '어른'일뿐, 책임지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나이는 어리지만 나이 많은 어른보다 앞장서서 책임지려는 '어른' 같은 아이들도 많다. 영화는 무책임한 어른과 어른스러운 아이를 보여주며 나이와 상관없는 '선택에 따른 책임'의 중요성을 짚는다.

같은 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는 각자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엄마 미희(김소진)가 불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지어 미희는 임신까지 했으니, 멘붕이다.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영주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한다.

충격을 받은 영주는 주리를 위해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척 참아낸다. 그러던 중 미희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의도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이 모든 상황을 맞닥뜨린 대원은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도망쳐 버린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2014년 말 본 창작 연극에서 '미성년'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 젊은 작가, 연출가들이 모여 옴니버스 형태로 공개한 다섯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됐고, 그중 한 작품이 마음에 들어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써 보고 싶다는 뜻을 작가에게 전했다. 이후 작가의 동의를 구해 2~3년 동안 집필에 몰두하며 '미성년'을 완성했다.

영화에서 벌어진 사건은 꽤 심각하다. 부모의 불륜과 이를 알아버린 자식들. 그리고 남편의 불륜을 알아차린 아내의 말 못할 심정. 이후 더 큰 사건을 통해 영화는 사건을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는 인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미성년'에서 사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는 이는 주리와 윤아, 두 고등학생이다. 둘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려 고군분투한다.

반면 어른들은 어떤가. 특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대원은 답답하고 무능하기 그지없다.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을 주워 담지도 못하고 회피하려고만 한다. 미희는 딸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순 없었어?'라는 굴욕적인 말을 듣는다. 영주는 남편의 비밀을 알고도 오히려 담담하다. 가정과 딸을 지키기 위해서다.

'미성년'은 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추며 '성년'과 '미성년'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어떤 행동과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며, 책임을 기꺼이 지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는 무거운 사건 속에 깨알 웃음을 집어 넣어 웃음을 준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다. 나름의 메시지를 끌고 가며 균형을 맞춘 솜씨가 제법이다.

원작에서는 윤아와 주리의 비중이 70%였다. 감독은 작가와 의논 끝에 어른 캐릭터의 분량을 늘렸다. 극 중 답답한 상황을 유지하는 대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대원에 대한 분노가 커버리면 다른 캐릭터들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대원을 통해 웃픈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데뷔작치고 꽤 괜찮은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남길 것으로 보인다. 만듦새, 메시지, 재미 모두 잘 어우러진다. 다만, 결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소 충격적이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도 맡았다.ⓒ쇼박스

김 감독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책임을 회피하며 코를 골며 자는 사람, 반면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원작 속 어른들이 친 사고를 아이들이 수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전했다.

대원 캐릭터와 관련해선 "내가 맡은 대원은 군 부대 혹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뜻"이라며 "한 개인이 아니라 익명성을 띄길 바랐다. 약해서 옹졸해지고 치사해지는 모습을 대변하고 싶었기 때문에 캐스팅이 정말 힘들었다. 대원이 때문에 분노의 파장이 너무 커서 감정 조절이 꼭 필요한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으로서 '미성년'을 바라본 소감을 묻자 "네 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신인 감독의 패기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네 캐릭터가 지닌 진정성에 모든 걸 걸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에서 성장을 주제로 다룬 것에 대해선 "성숙한 성장은 죽는 날까지 노력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며 "성장은 내 영화의 영원한 테마다.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극 중 네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연출뿐 아니라 영화의 유일한 남자인 대원을 맡아 연기했다. 대원은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혼란의 원인인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인물이다. 현실적인 연기 덕에 웃픈 상황을 연기하는 장면에선 자연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김소진은 자칫하면 미울 수 있는 캐릭터를 안쓰럽게 연기했고, 염정아는 어루만져주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혜준과 박세진은 500:2의 경쟁률을 뚫고 '미성년'에 합류했다. 두 배우는 신인임에도 많은 분량을 매끈하게 소화했다. 우리 주변에 살아 숨 쉴 것 같은 두 캐릭터를 보노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4월 11일 개봉. 96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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