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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천우희 "故 김주혁 사고, 모든 게 부질없더라"


입력 2019.04.02 08:50 수정 2019.04.03 10:20        이한철 기자

사고 후 극심한 슬럼프, 작품 제안도 거절

휴식 7개월, 치유의 시간 '다시 팬들 곁으로'

배우 천우희가 영화 '우상'을 통해 관객들 품으로 돌아왔다. ⓒ CGV아트하우스 배우 천우희가 영화 '우상'을 통해 관객들 품으로 돌아왔다. ⓒ CGV아트하우스

"다른 작품을 선택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연기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죠."

고(故) 김주혁의 사고 소식은 배우 천우희의 연기 인생의 가장 큰 고비였다. 함께 출연했던 tvN 드라마 '아르곤'이 종영된 지 불과 한 달 뒤, 그리고 영화 '우상' 촬영이 한창이던 시기, 갑자기 날아든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혼자 있으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더라고요."

힘겹게 촬영한 영화 '우상'을 끝낸 이후에도 후유증은 계속됐다. 좋은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제안받고도 선뜻 응할 수 없었다. 그걸 해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기와 작품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애썼다. 대신 여행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삶의 피로를 회복했다.

"여행도 다니고 유튜브 방송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좀 괜찮아지더라고요. 쉬는 7개월 동안 나름대로 치유가 된 것 같아요."

김주혁의 사고와 영화 '우상'은 그만큼 배우로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고, 왜 연기를 하고자 했는지 묻게 됐어요. 이제는 창작에 대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이제야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천우희는 고 김주혁의 사고 소식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 CGV아트하우스 천우희는 고 김주혁의 사고 소식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 CGV아트하우스

'우상'은 천우희를 세상에 알린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신작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막상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잠시 망설였다고.

천우희는 "이 인물을 연기하면 나 스스로 잠식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건 감독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신뢰 때문이다. "'한공주' 때 감독님하고 같이 작업했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한석규, 설경구 선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죠."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역)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명예와 핏줄,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천우희는 영화 '우상'에서도 명성에 걸맞은 명연기를 펼쳐 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천우희는 영화 '우상'에서도 명성에 걸맞은 명연기를 펼쳐 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영화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지만 천우희는 기대만큼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한석규·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것도 천우희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한석규 선배는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줘 고마웠고요. 설경구 선배는 말 그대로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정말 배려심이 깊은 선배죠.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모든 걸 다 기억해서 챙겨주더라고요."

특히 "배우로서 자세나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며 "제가 열의를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내공과 재능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멋있었다"고 두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탄생된 작품이 '우상'이었다. 하지만 "후배지만 존경스럽다"는 한석규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작품을 통해 입증한 천우희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연기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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