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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설경구 "'생일' 리뷰만 봐도 울컥해요"


입력 2019.04.04 09:03 수정 2019.04.07 12:09        부수정 기자

세월호 참사로 아이 잃은 아빠 정일 역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끌려 출연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세월호 참사로 아이 잃은 아빠 정일 역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끌려 출연


"'생일'을 본 관객들이 아픈 이웃을 들여다 봤으면 합니다."

배우 설경구(50)는 빠듯한 스케줄에도 이야기에 이끌려 '생일'(감독 이종언)에 출연했다.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4년 4월 16일,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이종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2015년 여름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웃'에선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유가족들과 희생자 친구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 감독은 유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영화를 기획했다.

설경구는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정일의 아픈 감정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했다.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설경구는 "이 감독이 '생일'을 기획하기까지 얘기를 들었다"며 "쉽게 쓰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이야기의 진정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외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며 "우리 이웃 이야기라서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트라우마가 된 참사라서 조심스러웠어요. 관객들이 자기 생각과 마음을 끄집어낼 수 있는 영화예요."

설경구는 이 감독을 단단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꽤 긴 시간 이야기를 기획했다는 말에 믿음이 갔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정일은 참사 유가족의 당사자이면서 참사를 바라보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설경구가 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은 "정일이를 해외에서 2~3년 있다가 한국에 들어오게 했냐"는 거다.

감독은 "정일은 주변을 살피면서 이야기의 중심에 천천히 들어가는 인물"이라는 답을 들려줬다.

최근작에서 연이어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을 사는 사람을 연기했다. 배우는 "쉽지 않은 일상을 애써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감독님이 캐릭터와 거리를 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원'에 이어 어떤 한 사건 사고를 겪은 피해자의 아빠 역할이다. "이번 작품에선 관찰자 역할이다 보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이 정일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정일이라서 스스로 믿고 연기했습니다."

정일은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다. 꾹 눌러놓았던 감정을 언제 터뜨리느냐가 중요했다.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인물이었어요. 담담하려고 했습니다. 정일은 모든 인물을 관찰하는 인물이에요. 3년이라는 세월이 낯설게만 느껴진 거죠."

참았던 감정은 아들의 생일 모임 때 터져 나온다. 출입국 사무소 장면에서도 울음을 참다가 눈물이 새어 나왔다. 연기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가장 찍기 힘들었던 장면은 출입국 사무소 장면이었다. 어떤 감정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정일이의 감정을 넘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일이의 행동에 설득력이 필요했거든요."

'생일' 모임 장면은 30분씩 이틀간 롱테이크로 찍었다. 총 50여명이 넘는 출연진이 참여했다. 어려운 촬영이었지만 하나가 된 것 같았다. 후덥지근한 여름이었는데 그때 느낀 공기가 참 좋았단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스크린에서 재회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서로 다른 상처와 슬픔을 지닌 부부로 등장한다.

설경구는 "전도연 씨는 에너지 넘치고, 늙지 않는 배우"라며 "이전보다 더 깊어지고 도사님 같은 느낌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설경구는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유가족 시사회도 마친 설경구는 유가족에게 "고맙다"는 따뜻한 말을 들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도연 씨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또 상처가 될까 봐 걱정했습니다. '생일'이 아픈 이웃을 들여다 봐주고, 위로해 주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촬영은 마쳤지만 영화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은 힘들었다. 다행히 언론의 평가는 좋다. 영화 리뷰 기사를 보며 울컥했고, 또 감사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생일'에 참여했다는 기분이 든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단다.

'생일'을 통해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생일'은 관객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후반부 생일 모임을 보면 관객들이 생일 모임에 진짜로 참여하게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작품입니다.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순간이 저에겐 위로 자체였어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에 많이 참여한 그는 "이야기가 강렬하고 탄탄하면 출연하는 편이다"고 했다.

CGV 아트하우스는 3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전국 CGV아트하우스관에서 '설경구 특별전'을 연다. 상영작은 최근 개봉한 '우상'과 설경구에게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애칭을 선물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비롯해 '감시자들', '생일', '열혈남아', '공공의 적', '박하사탕 등이다.

쑥스러워한 그는 "아직 특별전 할 나이가 아니다"라며 "기획의 승리다. '불한당'은 매진될 듯하다"고 웃었다.

'킹메이커'로 '불한당' 제작진과 다시 뭉쳤다. "저도 이전 작품에서 함께한 제작진과 다시 뭉친 경험은 처음이에요. 신기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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