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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불리할 때 꺼내쓰는 'MB‧朴시절 잣대'


입력 2019.03.26 11:00 수정 2019.03.26 10:49        이충재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과잉경호'…"前정권 때도 그랬다"

그동안 외쳐온 '새 시대', '차별화 선언'은 공허한 구호

'환경부 블랙리스트', '과잉경호'…"前정권 때도 그랬다"
그동안 외쳐온 '새 시대', '차별화 선언'은 공허한 구호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자료사진)ⓒ데일리안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자료사진)ⓒ데일리안

"우리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고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정권을 거론 않고선 현재상황을 설명조차 못하는 정부다. 새 시대의 맏형이 되긴 글렀다."

최근 만난 야당 한 중진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때 지난 정부 탓을 하거나 비교하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前정권 탓이다'에서 '前정권도 그랬다'로 진화

특히 정부여당의 '이명박‧박근혜 탓'은 '지난 정권도 그랬다'로 진화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문제 삼지 않던 사안을 왜 이번 정부에선 문제 삼느냐는 일종의 방어논리다.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청와대의 '과잉경호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의 경우, 여권은 정당한 인사권행사이며 과거 정권에서도 해온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은경 구속영장 청구에 "과거정부와 비교해보라"

김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청와대의 공식반응은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였다. 여당도 "이런 혐의는 비일비재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장관들 거의 다 걸릴 것(우상호 의원)"이라고 거들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겠다"며 작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공공기관장 교체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검찰은 과거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가 지난 정권과 비교해 보면 '가혹한 이중잣대'라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윤 전 수석의 페이스북 글에 동의한다는 의미의 '좋아요'를 눌렀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2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前정권과 비교했다가 발등 찍은 '과잉경호' 논란

최근 불거진 '과잉경호' 논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민생탐방에서 경호팀의 '기관단총 노출'이 과잉경호 아니냐는 지적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사진까지 공개했다. 지난정부에서 당연했던 일이 왜 우리정부에서는 문제가 되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경호도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며 차별화를 선언했던 청와대다. 취임 초 '열린경호'를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는 과거 불통과의 단절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이 "경호를 좀 살살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말을 변화의 상징처럼 설파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의례적 경호에 따른 해프닝이었지만, 청와대에겐 '前정권과 차별화 실패'를 자인한 정무대응 실패로 기록됐다. 애초에 '시민들이 느꼈을 불편함에 주의하겠다'는 유감표명 한마디면 일단락됐을 사안이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야당 중진의 "새 시대 맏형이 되긴 글렀다"는 말은 문재인 정부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이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가 됐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에서 파생된 어휘다. 새 시대 맏형을 향한 길은 구태와의 단절에서 시작되지만, 여권의 눈높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꾸짖음이다.ⓒ청와대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야당 중진의 "새 시대 맏형이 되긴 글렀다"는 말은 문재인 정부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이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가 됐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에서 파생된 어휘다. 새 시대 맏형을 향한 길은 구태와의 단절에서 시작되지만, 여권의 눈높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꾸짖음이다.ⓒ청와대

과거에 머문 與시각…"새시대 맏형 되긴 글렀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야당 중진의 "새 시대 맏형이 되긴 글렀다"는 말은 문재인 정부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이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가 됐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에서 파생된 어휘다. 새 시대 맏형을 향한 길은 구태(舊態)와의 단절에서 시작되지만, 여권의 눈높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꾸짖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선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가 받고 있는 시대의 요구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것은 국민의 눈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역설이란 말이 있듯이 개혁을 하면 할수록 국민 기대는 더욱 높아지는 법이다. 우리 정부가 정의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만큼, 작은 도덕성의 흠결조차 정부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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