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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설경구 "'우상' 시나리오, 처음엔 답답했어요"


입력 2019.03.25 08:50 수정 2019.03.25 09:15        이한철 기자

영화 '우상'서 아들 잃은 아버지 중식 역

이수진 감독의 집요함에 끌려 출연 결심

배우 설경구가 영화 '우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배우 설경구가 영화 '우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아주 답답했어요."

배우 설경구(51)에게도 영화 '우상'은 쉽지 않았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중해서 각각의 인물의 행동들을 따라가지만, 물음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 됐다.

설경구는 관객들의 이 같은 반응을 일찌감치 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경구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세 인물은 서로 연관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셋의 이야기를 모으려면 헷갈릴 수 있어요. 한 인물에 집중해서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우 설경구가 영화 '우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배우 설경구가 영화 '우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CGV아트하우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설경구는 얘기치 않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절망에 빠진 아버지 중식 역을 맡았다. 중식은 사고 당일 아들과 함께 있었던 련화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말하지만,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이 종결되자 직접 련화를 찾아나선다.

"중식은 장애를 가진 아들을 챙겨야 해요. 그래서 아이를 잃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도록 서로 똑같이 머리카락을 노랗게 염색했죠. 아들을 향한 극단적인 집착, 그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이수진 감독과의 만남은 설경구에게 뭔가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계기가 됐다. 특히 오랜 만에 궁금증을 자극한 것은 물론,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멍해졌고 강력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캐릭터들도 좋았는데, 특히 련화(천우희 분)는 괴물처럼 느껴졌어요.“

설경구는 한석규, 천우희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CGV아트하우스 설경구는 한석규, 천우희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CGV아트하우스

특히 중식은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면서도 수동적이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다. 아들의 죽음을 접한 순간부터 눈가엔 독기로 가득하다. 감정이 늘 절정에 올라 있어 배우로서 표현하는게 쉽지 않았다.

"중식은 늘 감정이 절정에서 시작해요.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지 않고 이미 독이 차있는 캐릭터라서 힘들었죠. 숨이 헐떡거릴 정도였죠.”

함께 호흡ㅇㄹ 맞춘 한석규와 천우희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과 함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막 그렇게 유한 현장은 아니었는데 석규 형이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있었어요. '우상'이 아무래도 예민한 현장이었는데, 석규 형은 전체를 차분하게 아우르는 힘이 있더라고요. 마력 같아요."

천우희에 대해선 “현장에서 ‘내가 너에게 많이 배운다’는 말도 했다”며 웃었다.

"우희가 연기한 련화는 자기가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이 캐릭터를 설명해줘요. 우희는 허허실실 하는 스타일이이에요. 그것이 정말 좋아보였어요.“

한편, 설경구는 다음달 3일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생일'을 통해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생일'은 세월호 아픔을 그린 작품으로 이 작품에서도 설경구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연기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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