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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한석규 "'우상' 엔딩, 히틀러 생각하며 연기"


입력 2019.03.20 08:43 수정 2019.03.20 09:00        이한철 기자

영화 '우상'서 위기 몰린 정치인 구명회 역

"'초록물고기'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배우 한석규가 영화 '우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 CGV아트하우스 배우 한석규가 영화 '우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 CGV아트하우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저에게 각인된 인상과 이미지, 특히 엔딩이 강력했어요."

영화 '우상'은 마치 정곡을 찌르듯 날카로운 작품이다. 한석규는 자신의 출연작 중 '초록물고기'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을 만큼 애착이 커 보였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한석규는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이수진 감독으로부터 '우상' 시나리오를 받은 날 단숨에 읽었어요. 한 문장 문장이 치밀했죠. 시나리오를 읽는 것만으로도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직감했어요."

한석규는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만큼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이지만, 아들이 교통사고에 연루되면서 벼랑 끝에 몰린다.

그는 아들을 자수시키고 사고를 마무리 지으려 하지만 그날 사고현장에서 사라져버린 여인 련화를 본 목격자가 나타나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한석규는 구명회에 대해 "구명회는 비겁하고 교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석규는 '초록물고기'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우상'을 꼽으며 애착을 드러냈다. ⓒ CGV아트하우스 한석규는 '초록물고기'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우상'을 꼽으며 애착을 드러냈다. ⓒ CGV아트하우스

한석규는 "전부터 비겁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연기 변신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냥 비겁한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구명회가 그런 인물이었죠. 구명회라는 캐릭터를 통해 반응의 완성, 그 후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상'은 한석규 외에도 설경구, 천우희 등 연기파 배우들의 시너지가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다. 한석규 또한 이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확고했다. 특히 후배 천우희에 대해 망설임 없이 '존경'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국민배우 한석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었다.

"천우희는 이번 작품 때문에 눈썹까지 밀었어요. 밑천이 다 드러나는 역할이었죠. 내가 연기 생활을 더 빨리 시작했지만, 좀 과하게 표현하면 존경해요."

'우상'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하고 싶었다는 한석규는 영화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시의 생각을 밝혔다. 한석규는 "우상의 스토리를 좇아가는 것이 어렵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고호의 그림처럼 작품을 보고 받은 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엔딩이 절대로 리얼할 수 없는 엔딩이죠. 하지만 마지막 대사와 펼쳐지는 모습들이 '인상'이라고 생각해요."

한석규는 가장 인상 깊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히틀러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 CGV아트하우스 한석규는 가장 인상 깊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히틀러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 CGV아트하우스

한석규의 말대로 '우상'의 엔딩은 색달랐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쏟아내는 한석규의 연설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 장면에 대해 한석규는 "히틀러를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히틀러의 연설하는 모습이 우상이라는 느낌을 강력하게 주는 무대 연출과 조명이었어요. 제가 봤던 이미지가 그랬으니 그걸 생각하며 연설을 했죠."

9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한석규는 국민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배우다. 연기 경력 만큼이나 화려한 필모그래피의 한석규는 멜로 영화 속 순수한 캐릭터부터 '프리즌'의 절대 권력을 지닌 악독한 인간 정익호까지 양극단에 서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선악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선보여온 한석규가 '우상'을 통해 또 한번 대표작을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개봉.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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