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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사태로 더 빛나는 ‘정근우 헌신’


입력 2019.03.19 00:02 수정 2019.03.20 07:1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한화 구단, 일단 이용규 3군행 조치

지난해 정근우는 보직 불만 없이 역할 수행

이용규와 달리 정근우는 팀에 헌신적 모습을 보였다. ⓒ 연합뉴스 이용규와 달리 정근우는 팀에 헌신적 모습을 보였다. ⓒ 연합뉴스

“프로는 인내의 삶이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해 NC 타격 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이호준이 선수 시절 남긴 명언이다.

그러면서 이호준은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진 뒤의 쓸쓸함을 곱씹을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선수라면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인내할 줄 알아야 하고 겸손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9시즌 개막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 이글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개막이 코앞이라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그럼에도 이용규가 극단적인 요구를 한 까닭은 자신의 보직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용규의 입장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용규는 지난 1월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 한화와 2+1년간 최대 26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앞서 2017시즌이 끝난 뒤 FA 재수의 길을 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였다.

여기에 보장 금액보다 큰 ‘옵션’이 설정됐다. 이용규의 계약 조건은 계약금 2억 원에 보장 연봉 4억 원, 그리고 연간 옵션이 무려 4억 원에 달한다. 즉, 매년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 4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고, 계약 마지막해인 3년차의 계약 연장도 구단의 뜻을 따라야 한다.

옵션의 항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1차 FA 계약 때 부상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출장 경기 수 또는 타석수가 포함됐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돌입하면서 한용덕 감독은 이용규를 9번 타자로 임명했다. 9번 타순은 아무래도 테이블 세터진에 비해 타석 기회가 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 이용규가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

3군행 조치를 받은 이용규. ⓒ 연합뉴스 3군행 조치를 받은 이용규. ⓒ 연합뉴스

보직 때문에 트레이드와 같은 극단적 상황을 택한 것이라면 너무도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다보면 타순은 변화무쌍하게 바뀌기 마련이다.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고 부진을 이유로 2군행을 명받을 수도 있다. 오늘의 9번 타자가 내일도 9번에 서란 법이 없다.

“프로는 인내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선수가 지난 5년간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정근우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나란히 한화와 FA 계약을 맺고 입단식도 함께 치렀다. 정근우 역시 적지 않은 나이로 노쇠화가 찾아와 1년 전 2차 FA 계약 때 만족스럽지 못한 액수에 도장을 찍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제 포지션인 2루에서도 밀려나 1루 또는 외야수로 뛰어야 했다. 한화 구단의 이 같은 조처에 정근우가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팀의 가을 야구행에 크게 일조했다.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라운드 바깥에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야구팬들은 그런 그들에게 ‘레전드’라는 칭호를 붙여주지 않는다. 같은 날 팀에 입단해 5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같은 것을 경험하고 같은 것을 봐왔던 정근우와 이용규다. 그러나 두 선수의 행보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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