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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변경 태풍' 4대 금융지주 자본 1.2조 '증발'


입력 2019.03.19 06:00 수정 2019.03.18 18:11        부광우 기자

지난해 시행된 IFRS9 적용으로만 자본 1조2670억 줄어

신한금융만 5320억↓…예상 넘어선 역풍에 커지는 고민

지난해 시행된 IFRS9 적용으로만 자본 1조2670억 줄어
신한금융만 5320억↓…예상 넘어선 역풍에 커지는 고민


새 회계기준(IFRS9) 적용에 따른 4대 금융지주 자본 감소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새 회계기준(IFRS9) 적용에 따른 4대 금융지주 자본 감소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에서 지난해 회계 제도가 변경된 여파로 증발한 자본이 1조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뀐 회계 기준으로 일정 부분 자본이 축소되겠지만 반대급부도 발생하는 만큼 손실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막상 결과는 이런 예상을 한참 빗나간 모습이다. 안 그래도 자본 건전성이 악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회계라는 장애물까지 등장하면서 금융지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개 금융지주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새 회계기준(IFRS9)을 처음 반영해 재무제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감소하게 된 자본은 총 1조267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IFRS9으로 인해 모든 곳들이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신한금융으로 IFRS9으로만 5320억원에 달하는 자본이 감소하게 됐다. 이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자본이 각각 4212억원, 2114억원씩 줄었다. 그나마 하나금융의 자본 감소폭이 994억원으로 적은 편이었다.

IFRS9 시행으로 인한 금융사들의 재무적 부담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IFRS9의 골자는 미래의 손실을 미리 추산해 이에 대비하라는 내용인데, 이러면 막대한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해서다. 이렇게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다 보면 금융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IFRS9 실시에 따른 자본 축소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전까지 지분증권과 일부 채무증권 항목은 재무제표 상 자본에 속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포함됐지만, IFRS9에서는 그 공정가치 변동액이 손익으로 빠지게 돼서다. 기타포괄손익은 소유주와의 자본 거래를 제외하고, 기업이 모든 거래나 사건에서 인식한 자본의 변동액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던 이유는 IFRS9 적용 시 상당한 이익잉여금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기존 회계제도에서는 유가증권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수익으로 인식됐는데, IFRS9은 이를 자본으로 분류되는 이익잉여금에 직접 반영하는 구조다.

금융지주들의 자본이 생각보다 많이 쪼그라든 것은 이 같은 이익잉여금 확대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회계 변경에 자본이 제일 많이 줄어든 신한금융은 IFRS9 적용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2770억원 감소함과 동시에 이익잉여금까지 2519억원 줄면서 감소폭을 키웠다. KB금융 역시 IFRS9 효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3495억원 줄어드는 와중 이익잉여금마저 717억원 감소하며 자본이 4000억원 넘게 축소됐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IFRS9으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각각 2604억원, 1771억원씩 늘면서 자본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런 효과가 겹치면서 금융지주들의 자본 건전성도 다소 나빠지는 흐름을 보였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말 평균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5.1%로 3개월 전(15.3%)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IFRS9에 자본 영향을 크게 받은 곳들을 중심으로 BIS 비율이 악화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이 15.3%에서 14.9%로, KB금융이 14.9%에서 14.6%로 BIS 비율이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씩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14.9%, 우리금융은 15.9%를 유지하며 BIS 비율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IFRS9에 대한 금융지주들의 대응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IFRS9이 사실상 예고된 태풍이었던 까닭이다. 일치감치 지난해 1월로 시행 시점이 잡혀 있었던 데다, 은행은 물론 보험·카드·캐피탈 등 모든 종류의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아우르는 만큼, 금융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지주들의 자본력을 고려했을 때 당장의 회계 변경으로 위기를 겪지는 않겠지만, IFRS9이 금융사의 기반 자체를 건드리는 장기 방안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자세로 좀 더 적극적인 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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