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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승리에게 못된 짓을 가르쳤나


입력 2019.03.18 07:34 수정 2019.03.19 13:2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잘못된 시스템이 학습을 통해 어린 신참자에게 대물림

<하재근의 이슈분석> 잘못된 시스템이 학습을 통해 어린 신참자에게 대물림

성접대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그룹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성접대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그룹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승리와 지인들이 과거에 운영했던 주점에서도 탈세 의혹이 나왔다. 승리 등의 젊은 뮤지션들이 실내포차를 준비하며 마치 클럽처럼 꾸며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했던 것 같다. 그때 업계 사정을 잘 아는 듯한 박 모씨란 사람이 대화방에서 답을 했다.

‘쉽게 말해서 ***도 지금 그렇게 영업하는 거 불법인데 법으로 제재하기가 애매해서 다들 쉬쉬하는 건가봐’

이 말을 들은 승리가 고무돼서 ‘우리도 별 문제 없단 소리네. 단속 뜨면 돈 좀 찔러주고’라며 진행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이것이 클럽인지 포차인지 구분이 안 가네’라고 한다.

당시 이들이 실내포차를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할 것인지 클럽으로 신고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던 것 같다. 클럽은 유흥주점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세금을 일반음식점에 비해 훨씬 많이 내야 한다.

그때 박씨라는 사람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클럽처럼 영업해도 불법으로 처벌하기가 애매해서 남들도 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가끔 단속 때만 돈을 찔러주면 된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을 승리가 듣고 그대로 따른 정황이다. 나중엔 이 실내포차가 클럽처럼 운영된다는 걸 소문내라고까지 말한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탈법 영업이기 때문에 숨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지식을 주입받고 죄의식과 경각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클럽 버닝썬을 만들 때는 이문호 대표가 모든 기획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문호 대표는 클럽 아레나에서 총괄이사 격으로 일하다 버닝썬을 기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그 투자자 중의 하나가 승리였다는 것이다.

이문호 대표를 통해서 아레나 등 강남 대형클럽의 영업방식이 버닝썬에 이식됐을 것이고, 승리는 ‘원래 클럽은 이렇게 영업하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유리홀딩스 유 대표도 있다. 유 대표는 8인 대화방에서 ‘회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알선이라든가, 경찰과의 유착도 그가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승리와 총경의 식사 자리도 유 대표가 함께 했다고 한다. 투자와 경영 방식도 유 대표가 승리에게 본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통 아이돌들은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밟지 않기 때문에 또래보다 사회 지식이 부족하다. 그런데 승리가 20대 중반 무렵부터 어떻게 닳고 닳은 사회인처럼 사업을 해나가고, 경찰 등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업계 관련자들과 알고 지내는 사이에 승리가 사회경제활동의 지식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인사들이 승리의 멘토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들이 승리에게 잘못된 사업 방식을 주입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정말 잘못된 방식이었을까? 성접대, 탈법적 영업, 고위층 뒷배 만들기, 세금탈루, 이런 것들이 정말 극히 일부의 매우 이례적인, 특수한 사업 방식일까?

그렇지 않아보인다는 게 문제다. 맨 앞에 거론한 박 씨도 승리에게 ‘다들 쉬쉬’하며 그렇게 영업한다고 알려준다. 그 말을 듣고 승리는 ‘한국 시스템이 그렇구나’라고 이해한다. 다른 ‘멘토’들도 ‘모두 다 그런 식으로 사업한다’고 알려줬을 가능성이 놓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사업체들은 ‘털면 걸린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 경제발전사 자체가 권력과의 유착을 동반한 기업 성장사였다.

그런 부패 구조 속에서 젊은 사업가들이 ‘윗물’의 본을 받아 탈법 영업을 거리낌 없이 일삼았고, 그 기술을 어린 아이돌에게 그대로 전수한 것으로 보인다. 클럽만 하더라도 과거 나이트클럽 시절부터 온갖 불법, 유착의 온상으로 영업해왔고 지금까지 그게 크게 문제 되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문호 대표도, 승리도, ‘원래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라고 학습하지 않았을까?

잘못된 시스템이 학습을 통해 어린 신참자에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전면 수사를 통해 탈법, 불법의 실태를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엄벌에 처해야 젊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신호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를 선도하는 최고위급의 부정, 유착부터 무관용 원칙으로 발본색원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윗물이 맑지 않으면 부정하게 돈을 벌겠다는 젊은 신참자 부나비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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