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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왜 나경원 연설에 '불같은 반응'을 보였나


입력 2019.03.14 01:00 수정 2019.03.14 09:23        이유림 기자

'文=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與 격분

이해찬 "의연한 대응" 주문

'文=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與 격분
이해찬 "의연한 대응" 주문


1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그토록 불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민주당 대응이 과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나 원내대표의 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비아냥과 고성을 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자제 요청에도 굽히지 않고 '사과해!', '철회해!' 등을 연호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분을 풀지 못하고 "한국당은 극우 반평화 혐오 몽니의 정치를 한다"고 맹공을 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주당이 '과도한 충성경쟁'을 한 거라 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리 지어 본회의장을 중도 퇴장하고,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는 모습은 '대통령의 심기 보좌'가 아니냐는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주당 반응은 도저히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한심했다"며 "'국가원수 모독죄' 운운하며 충성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 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공천 1년을 앞두고 청와대 눈도장이 다급했는지 충성 경쟁을 벌인다. 자신들의 행태가 얼마나 국민에게 목불인견인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野 "과도한 충성경쟁" 지적
불안감 투영·전략 미스 해석도


민주당 과민 반응은 나 원내대표가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순애 정치평론가는 "정부·여당의 내치와 외치 모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감과 초조함이 드러난듯 하다"며 "문 대통령이 남북경협으로 북미교착 상태를 풀 수 있다는 확신과 소신만 있다면, 야당 발언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정부여당이 그간 점수 딸 일이 없었는데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결렬되면서, 본인들도 실망감과 위축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전략 미스'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사전에 배포되기 때문에 대응 전략을 짜고 본회의장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제1야당 원내대표 연설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나 원내대표의 투쟁력을 키워준 꼴이 됐다. 야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발언은 외신 기사에서 인용된 거다. 여당은 유감 표명 정도로도 충분했다"며 "(여당 의원들 반응에) 더 주목받게 됐다"고 했다.

범여권도 전력 미스였다는 점에 공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민주당이) 세련되지 못하게 과민 반응해서 나 원내대표를 용으로 만들어 주고, 양비론을 불렀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판에 말려들면 안 된다"며 "지금 욕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국회가 제 갈 길을 가서 한국당의 국회모독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 직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다소 누그러뜨려진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정부는 그런 저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중심을 잡고 굳건하게, 의연하게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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