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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남긴 안보과제: “외양간 점검하고 전면 보수하라”


입력 2019.03.05 08:30 수정 2019.03.05 08:20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북핵대응 전략 전면 수정하라…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북핵대응 전략 전면 수정하라…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정부의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하노이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은 결렬로 귀결되었다. 이에 우리 4인 전문가도 2019년 3월 4일자 ‘데일리언’ 기고를 통해 종합적인 평가를 공개했다. 청와대도 9개월 만에 안전보장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회의를 통하여 그동안의 실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향후 대북정책 방향에 관한 전환은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를 호언하던 정부였기에 이번 회담의 결렬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현실은 부정한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을 통하여 분명해진 사실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소가 소중하다면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점검하고 전면 보수를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내려놓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초기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했던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만을 비핵화라고 둘러대면서 그 대가로 미국에게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 그 증좌다. 북핵의 핵심요소인 핵탄두와 미사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히 북한이 유엔, 미국, 그리고 기타 국가들이 시행하는 경제제재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음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북한의 외환 보유고나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 바닥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에 북한은 경제제재 해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용호 외무상은 결렬 후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경제제재를 우선적으로 요구하였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탄두와 미사일을 포함하는 진정한 비핵화를 수용하게 하는데 있어 제재가 핵심적인 요소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얻은 더욱 중요한 교훈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북한 협상술의 실체를 파악했다는 사실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는 이해할 수 없는 순진함으로 김 위원장이나 북한 관리들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학습을 통하여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용의가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속임수였고 결국은 핵보유국이 되고자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직관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볼턴(John Bolton) 안보보좌관을 회담에 참여시키고 기자회견장에서도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에게 대답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집단지성을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핵무기와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까지도 폐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그것이 아니면 제재 해제는 불가하다는 공식 문서를 영문과 한글로 작성하여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이 미국에게 속임수를 쓰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너무나 많다. 우리를 직접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에게 맡김으로써 안보자결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과의 공조에 소홀함으로써 결렬의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북한에게는 ‘핵무기’라는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주눅이 들어 있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정말 소를 잃고 난후 후회하면서 눈물로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핵대응 전략 전면 수정하라

첫째,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북핵 대응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정부의 상황판단에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 등이 없었는지를 자체 점검하고, 상당 기간 동안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북핵의 억제와 방어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청해야 한다.

둘째, 가용한 모든 채널과 기회를 활용하여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를 직접 요구해야 한다. 미국에게 상응한 조치를 부탁하기 전에 직접 북한에게 핵무기와 미사일 추가 생산의 즉각 중단, 핵무기 폐기 일정 제시, 핵탄두와 미사일의 리스트 제출 등을 요청해야 한다.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유엔제재의 해제는 불가하고, 남한도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통보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어려운 말을 하여 정도(正道)로 나오게 하는 것이 진정한 민족애이며, 그것이 장기적으로 남북 모두를 번영케 하는 일이다.

셋째, 국민에게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정부의 입장과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2018년 3월 6일 방북 특사단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한 것이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대북 협상의 출발점이었다.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영변 핵시설의 폐기 정도라면 특사단이 오해했거나 잘못 전달한 것이다. 아니면, 북한의 셈법을 뻔히 알면서 평화무드 조성을 위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정부는 당시 발표와 현 상황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넷째, 대북정책을 관장하는 정책결정자들의 면면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을 배재한 채 북한에 관한 소망적 사고, 확증편향, 스톡홀름 신드롬 등을 가진 인사들을 요직에 앉혀 놓고 북한을 다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다. 그런 인사들이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 속에서 만들어 내는 대북정책이 지금과 같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의도적으로라도 북한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인사들을 충원하고,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에는 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있어서 사고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을 교훈삼아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DB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DB

동맹은 북핵의 억제·방어에 필수이다

다섯째,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북핵의 억제 및 방어에 관한 군사적 역량 확충에 더욱 진력해야 하며,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실제 사용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과거 ‘3축 체계’로 추진했던 선제타격, 탄도미사일방어, 대규모 응징보복 등의 개념을 재활성화하고, 그를 위한 군사역량 확충에 매진해야 한다. ‘9·19 군사분야 합의’에 관한 예비역 장성들의 경고도 유념하고 필요한 보완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헌법 제66조 2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게는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라는 책무가 부여되어 있음을 명심하고 군 지휘관에게 북핵억제와 방어대책에 매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형식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을 전통적인 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은 북한에게 핵무기와 미사일은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까지 폐기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과거 같았으면 우리 정부가 “불감청(不敢請)청 고소원(固所願)”으로 환영했을 일이다. 현 정부의 동맹정책이 타당한지를 냉정하게 점검한 후, 진실에 입각하여 대북정책과 북핵 정책에 관한 실질적 공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미국이 돈이 아까워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한미연합대비태세의 중요성이 감소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미군 지휘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여 한국이 지원 또는 부담할 것이 있으면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필자들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정부가 북핵 인식과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소를 잃고 나서야 후회할 것 같다는 절망감이다. 정부를 불신해야만 하는 것이 참담한 현실이지만, 이제는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이라는 인식 하에 북핵 위협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핵무기를 적화통일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웨덴의 ‘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조차도 2019년 2월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각각 20-30 및 20-60개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어느 순간 핵사용을 위협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국민이 직접 정부에게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따져야 한다. 정부, 대통령, 집권 여당 등의 안일함을 질책해야 한다.

언론과 지식인도 질타와 문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금까지 다수의 언론과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정부와 북한의 입장만을 추종하면서 장밋빛 미래만을 선전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측면만 보도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국민들의 북핵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김정은을 흠모하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정부의 오판이나 실수를 비판함으로써 바로잡는 것이 언론과 지식인의 사명일 것인데, 곡학아세(曲學阿世)와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다반사가 된 상태이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언론과 지식인의 잘못을 경고하고 필요하다면 불매 또는 불독 운동을 벌어야 한다. 사이비 지식인들을 축출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 세대의 안전보다 우리의 미래인 다음 세대의 안전을 더욱 중시하면서 북핵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 언론, 지식인 등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도록 채찍질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현명한 국민이 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정부가 외양간을 방치하면 국민들이 나서서라도 고치거나 보초를 서야 한다. 한 때 회자된 “소는 누가 키우나?”가 대신에 “소는 누가 지키나?”를 자문해야할 상황이다.

글/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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