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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트럼프 '포퓰리즘'에 희생된 한미연합훈련


입력 2019.03.05 06:00 수정 2019.03.05 06:07        이배운 기자

文정부 ‘한반도 평화’ 분위기 띄우기 급급…시작도 안한 北 비핵화

트럼프 “훈련 중단, 수억달러 아끼기 위한것”…동맹 안위는 모르쇠

文정부 ‘한반도 평화’ 분위기 띄우기 급급…시작도 안한 北 비핵화
트럼프 “훈련 중단, 수억달러 아끼기 위한것”…동맹 안위는 모르쇠


한미동맹 자료사진 ⓒ데일리안 한미동맹 자료사진 ⓒ데일리안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한미연합방위태세는 오히려 더 약화되는 정책 역행이 강행되고 있다.

국내 지지율 챙기기에 급급한 한미 정상이 당장의 과시용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반도 안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이외의 숨은 핵시설을 ‘모른척’하면서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2008년 북핵 협상 실패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영변 냉각탑을 폭파시켰지만, 미국의 ‘철저한 검증·시찰’ 요구에 반발해 테이블을 걷어찼고 지금의 핵 위기를 만들었다.

‘과거의 실수’가 재현되려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미 국방 당국은 지난 3일 매년 실시해온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고 소규모 훈련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실질적 연합방위태세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축소된 훈련으로 동일한 방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도 우리 안보에 구멍을 뚫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 군의 질적우위 핵심 수단인 감시 및 정밀 타격 전력을 무력화 시키고, 전방감시초소(GP) 철수는 유사시 즉응태세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감시능력 약화로 유효한 정보 생산이 곤란해져 도발·기습 허용, 즉각대응 곤란에 따른 아군의 대량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아군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정무적 판단 개입으로 대응 및 반격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데일리안

이번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자국 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성향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구호로 내세웠고, 방위비용을 절약한다며 동맹국들에 방위비 재협상을 거침없이 요구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달 28일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이렇게 수억 달러를 군사훈련에 사용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태도에 비춰 이번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전략적 이익과 동맹의 안위는 무시한 채, 오로지 미국 내 지지 세력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빈 껍데기에 불과한 ‘한반도 평화’ 고조 정책을 중단하고, 비핵화 실패 및 남북관계 급랭 시나리오에 대비한 방위태세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원식 전 차장은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스스로 국방역량을 감축하고 있다”며 “미국 주류 여론을 무시한 채 트럼프 한 사람만 설득한 것이 정말로 동맹공조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전 차장은 이어 “하노이 선언 불발 사례에 비춰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안보대책들을 시행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바람직한 협상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번갈아 내미는 것”이라며 “핵협상 불발 시 우리도 단호한 대응에 나서고 북한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줘야 그들도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화해분위기 중에도 오히려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고 방위태세 등을 재확인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며 “당장의 평화 분위기 형성에만 집중하고 연합훈련 축소에 응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협상력을 약화시킨 꼴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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