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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발목 잡힌 기준금리…한은 '진퇴양난'


입력 2019.03.01 06:00 수정 2019.03.01 07:05        부광우 기자

수출·소비 '먹구름'…연 1.75% 동결 '예견된 결과'

美中 무역갈등, 연준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여전

수출·소비 '먹구름'…연 1.75% 동결 '예견된 결과'
美中 무역갈등, 연준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여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국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갈피를 잡기 힘든 나라 밖 사정들까지 더해져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한은은 금리의 키를 손에 쥐기만 한 채 진퇴양난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동결은 예견된 결과였다. 국내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달 금통위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세 차례나 못 박으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강해졌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금통위가 금리를 두고 만장일치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소수의견이 나올지 정도에 관심을 갖는 정도였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예금·대출 등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다. 경기가 나쁠 때에는 하향 조정함으로써 기업과 가계가 돈을 좀 더 싸게 빌려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킨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금리를 올려 돈을 빌리기 어렵게 해 과열을 막는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인상을 단행한 이후 기준금리는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각종 지표만 보면 현재 기준금리는 내려도 모자를 지경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수출이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소비 위축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우선 수출은 석 달 연속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달 1~20일 수출은 2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다. 올해 2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3달째 전년 동기 대비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수출 축소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완연한 둔화세로 돌아섰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9~10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해 12월 1.3%로 추락하더니 결국 0%대로 진입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체감 물가 상승률은 2.4%로 큰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간극이 커지면 경제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대외 여건은 한은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소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신중한 통화정책을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청사진도 아직 불확실성이 커서다.

한은은 올해 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 정부의 무역협상 논의가 진전돼 갈등 해소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두 나라 사이의 갈등에는 통상·외교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세계교역과 우리나라 수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정책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며, 그 추이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준이 향후 경제상황 변화를 봐가면서 통화정책을 보다 신중하게 운영할 것임을 시사한 점은 우리에게 긍정적 요인이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경기가 둔화될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에 따른 성장제고 효과는 상당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제 눈길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금통위로 쏠린다. 관전 포인트는 성장률 전망치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2.7%로 예측했다가 지난 1월 2.6%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세의 방향에 따라 기준금리의 향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상승 기류가 보인다면 다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는 올해 계속 동결될 수 있다"며 "생각보다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경우 인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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