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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타깃 '미스매치'…정부 '무주택자' vs 업계 '현금부자'


입력 2019.02.26 06:00 수정 2019.02.25 22:07        이정윤 기자

미달분 의외긴 하지만 아직 타격 없어…잔여세대 분양이 ‘본 게임’

분양가 하락?…재건축 많은 서울 등 알짜입지서 당분간 어려울 것

미달분 의외긴 하지만 아직 타격 없어…잔여세대 분양이 ‘본 게임’
분양가 하락?…재건축 많은 서울 등 알짜입지서 당분간 어려울 것


최근 서울 등 청약불패 지역에서 일부 미달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분양사업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데일리안DB 최근 서울 등 청약불패 지역에서 일부 미달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분양사업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데일리안DB

최근 서울이나 판교 등 청약불패 행진을 했던 지역 마저 미달이 발생하는 등 신규 분양 열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분양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알짜입지의 경우 가격 하향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청약시장을 개편해 무주택자의 당첨확률을 높였지만, 사실상 분양사업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타깃은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아니라 현금부자라는 게 그 이유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미달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예상 밖의 결과긴 하지만 건설사 등 분양사업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청약경쟁률이 뜨겁지 않을 경우 향후 프리미엄 등 시세상승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순 있다. 하지만 아직 분양가를 낮추면서까지 사업을 끌어갈 정도의 압박감은 없다는 것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등지에서 미달이 발생할 걸 예상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사업초기 계약률이 60~70% 수준에만 달해도 사업을 유지하는 데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9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 분양 타깃을 현금부자로 생각하고 사업을 진행 한다”며 “쉽게 말해 청약통장 없이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잔여세대 선착순 계약부터가 본 게임 시작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처럼 입지가 좋은 곳은 입주 때까지 대부분 잔여물량을 소진하기 마련이다”며 “오히려 높은 청약경쟁률로 완판을 했어도 낮은 분양가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더 문제다”고 귀띔했다.

◆무주택자 내집마련 문턱 낮췄지만 오히려 청약시장서 소외

정부는 지난해 12월 9‧13대책에 따라 청약제도를 개편해 무주택자들의 문턱을 낮췄다. 이에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에서는 추첨제 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이처럼 청약제도 자체는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잡혔지만 문제는 대출규제다.

일반적으로 구매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에게도 중도금대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분양가가 높은 핵심입지나 대형평형의 경우 확대된 청약 기회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알짜입지의 청약은 무주택자보다는 현금부자들의 리그로 고착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정책의 혜택보다는 상당수의 무주택 서민들이 주요 청약시장에서는 소외를 당하고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청약제도 자체는 무주택자 중심으로 개편되긴 했지만 대출규제가 무주택자에게도 동시에 적용되면서 전체 수요가 억제됐다”며 “특별히 선별적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 분위기가 계속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어가는 청약열기에 분양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공급되는 신규분양은 대부분이 재건축 물량이다”며 “분양가의 경우 조합원들의 입김이 중요한데 분양가가 낮아질 경우 분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분간 서울에서 분양가가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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