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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포차, 넘겨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


입력 2019.02.25 08:05 수정 2019.02.25 08:0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돈돈돈’ 거리며 불안에 떠는 우리 입장에서 한번쯤 성찰해 볼 만해

<하재근의 이슈분석> ‘돈돈돈’ 거리며 불안에 떠는 우리 입장에서 한번쯤 성찰해 볼 만해

방송인 샘 오취리, 배우 신세경, 박중훈, 방송인 안정환이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에서 열린 올리브 새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방송인 샘 오취리, 배우 신세경, 박중훈, 방송인 안정환이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에서 열린 올리브 새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얼마 전 덴마크 편을 마친 올리브 ‘국경 없는 포차’는 기대만큼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국경 없는 포차’ 덴마크 편엔 그렇게 쉽게 넘겨버리기엔 아까운, 우리가 되새겨볼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포장마차에 들른 한국인 유학생 출신 여성과 덴마크인 부부는, 대학원 다닐 때까지 학비가 무료였으며 오히려 나라로부터 월 백만 원 가량의 용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에 살면서는 돈 얘기를 안 하고 삶 자체를 즐기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기본적인 삶이 보장돼있기 때문에 돈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삶의 질이 고양된다고 그 커플은 이야기했다.

반면에 우리는 살면서 돈 얘기할 일이 아주 많다. 돈이 없으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아등바등 입시경쟁에 매달리는 것도 장차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돈이 없으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우리 사회에서, 돈 걱정할 일이 없다는 덴마크의 삶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다른 현지 교민 커플은 ‘내 인생이 어떻게 되도, 돈 많은 가족이 없어도, 국가가 내 최악의 상황을 막아줄 거라는 안정감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국가가 내 최악의 상황을 막아줄 거라는 믿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력구제를 위해서 안정된 직장, 노후자금, 각종 보험에 목을 맨다.

그 커플은 덴마크에선 ‘남과의 비교보다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했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보장되고, 나락으로 떨어질 걱정이 없다면 특별히 부자가 되려고 동동거릴 이유가 없다. 남이 부자라고 대단히 부러워하거나 그 앞에서 위축될 이유도 없다.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그만이다. 덴마크에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부자 앞에서 위축되고,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 하고, 반드시 부자가 되려 한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불안이 부자를 꿈꾸게 하고, 돈에 극히 민감한 사회이다 보니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경향이 생겨 돈을 모으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게 된 것이다.

다른 여성 손님들은 ‘덴마크에선 누가 억만장자인지 모를 정도로 외적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재산이나 지위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사회’라며 ‘그런 가치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휘게’라고 했다. 반면에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 차이가 절대적 의미를 가진다. 당연히 각각의 사람 본연의 의미는 무의미해진다.

물론 우리 현실과는 다른 덴마크의 이야기들이고, 지금 당장 우리가 수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돈돈돈’ 거리며 불안에 떠는 우리 입장에서 한번쯤 성찰해볼만한 이야기들이다. 보다 안전하고 보다 인간적인 그런 사회, 그래서 돈 벌기 경쟁보다 자기자신의 온전한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사회, 우리도 이런 사회를 꿈꿀 수는 있지 않을까?

사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이 안전하고 여유롭게 사는 나라라는, 그런 식의 방향성을 많이 제시한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 우리 현실은 여전하다. 너무나 불안해서 오로지 돈에만 집중하는 사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경 없는 포차’에 나온 이야기들에 예사롭지 않은 울림이 있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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