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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거래절벽 쯤이야…집값 꿈쩍않는 학원가 ‘대치동 캐슬’


입력 2019.02.21 06:00 수정 2019.02.21 08:14        원나래 기자

“같은 강남이라도 여긴 달라요”…전세값은 오히려 상승한 곳도

상권도 다른 곳에 비해 굳건…“경기 영향 상대적으로 덜 받아”

“같은 강남이라도 여긴 달라요”…전세값은 오히려 상승한 곳도
상권도 다른 곳에 비해 굳건…“경기 영향 상대적으로 덜 받아”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 보셨어요? 여기가 드라마 현실판인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이잖아요. 4억~5억원 씩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급매를 찾는 손님들이 있지만, 현 시세를 이야기하면 다들 예상했던 가격이라고 생각해요.”(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

“같은 강남이라도 여긴 달라요. 요즘 시장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집값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봐야죠. 학군 때문에 수요가 뚝 끊기는 곳은 아니에요.”(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

지하철 3호선 대치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길 건너편에 강남 대표 재건축 아파트 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을 건너 40년 전 은마아파트가 입주할 당시 함께 들어선 은마종합상가 1층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해보니 관계자들은 대부분 대치동 부동산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눈발은 그쳤지만 쌀쌀했던 지난 20일 오전,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는 실제로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문의전화도 몇 통 씩 오는 듯 했다. 대치사거리까지 늘어선 학원가도 전날 내려 쌓인 눈과는 대조적으로 봄 방학을 맞아 활기가 느껴졌다.

물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매수·매도 문의가 크게 줄었고 거래도 간간히 이어졌다고 말한다. 다만 급매물이 쏟아지거나, 집주인이 거래가 없다고 추가로 가격을 더 내리면서까지 급하게 처분하려는 움직임 또한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학원가 근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한해만해도 정책이 몇 번이나 쏟아졌는데”라고 반문하며 “그 사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진즉에 팔고 나갔다. 이 일대는 꾸준한 수요가 받혀주고 있어 지금 남아있는 집주인들은 임대 등록을 했거나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일축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강남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치동에서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여전히 십억원 후반대에 매매 거래되고 있고, 전세도 1~2년 전과 같은 가격대거나 일부는 더 오른 곳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올 1월 15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급매물도 15억40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최고 매매 실거래가인 18억1000만원에 비하면 2억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전인 지난해 1월 매매 실거래가인 14억5000만~16억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세의 경우 되레 오른 곳도 눈에 띈다. 2년 전 1월 최고 5억9000만원에 거래된 은마아파트 전용 84.43㎡은 1년 전 최고 6억원까지 거래됐다. 이어 올 1월에는 최고가 6억5000만원에도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 주요지역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역전세난까지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 말이다.

인근의 대치현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올 1월 6억원에 전세 거래된 전용 59㎡는 1~2년 전 5억4000만원이 최고 전세보증금이었지만, 2년 재계약 시점에 6000만원이 더 오른 셈이다.

변서은 서연종합부동산 컨설턴트는 “대치동의 대표적인 아파트인 은마아파트도 최근 2~3억원씩 떨어져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치솟았던 집값 거품이 조금 걷혔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30평대는 10억원 중후반 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치동은 원래 매매보다 전세가 빈번히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세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군이나 학원밀집 등 교육여건을 중시하는 수요자가 꾸준하게 대기하고 있어 일부 조정은 있을 수 있겠으나, 여전히 굳건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치동 학원건물 모습(왼쪽)과 학원전문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대치동 학원건물 모습(왼쪽)과 학원전문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대치동의 견고한 아파트값만큼이나 상권도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다. 학원과 음식점 등이 빽빽이 들어선 상가에는 공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빈 점포가 늘어가고 있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가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대치동과 같이 주변의 다른 상권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특수상권은 큰 흔들림이 없다”며 “외부 유입까지 꾸준하면서 배후 수요를 갖춘 데다 상권이 오래된 데 반해 신규 공급은 많지 않아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컨디션이 좋은 신규 상가들이 들어서면 경쟁이 심해지겠지만, 아직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전까지는 기존 상권이 계속 잘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대치동뿐만이 아니다.

유명 학원가들이 밀집해 말 그대로 ‘학원가 사거리’라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위치한 초원마을 한양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월 최고 4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 1월 이보다 2000만원 높은 5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보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가격은 1년 전 보다 2000만원 떨어졌으나, 2년 전 가격과는 동일한 3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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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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