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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지훈 "난 프로, 모든 평가 겸허히 수용"


입력 2019.02.27 09:26 수정 2019.03.01 09:56        부수정 기자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주연

"노력한 부분 영화에 담겨 만족"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았다.ⓒ레인컴퍼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았다.ⓒ레인컴퍼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주연
"노력한 부분 영화에 담겨 만족"


"열정은 그만 불태우고 싶어요."

'열정의 아이콘' 정지훈(36)이 말했다. 가수 겸 연기자인 그는 끊임 없이 노력하는 '악바리'다. 특유의 근성은 그의 태도에도 묻어나 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제법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지훈은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개봉하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시행한 자전거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쥔 자전거 영웅 엄복동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총제작비 120억원 규모 대작으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배우 이범수가 제작자로 나서 화제가 됐다.

정지훈의 스크린 컴백은 7년 만이다.

20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정지훈은 "7년 동안 앨범 활동을 하고 드라마를 찍다 보니 스크린 복귀에 7년이 걸렸다"며 "신중하게 선택한 끝에 엄복동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자 이범수의 제안으로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그는 처음에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제목을 듣고, 가족 영화라고 예상했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일제강점기 때 자전거 하나로 스포츠 영웅이 됐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알고 놀랐단다. 이런 영웅을 많은 대중이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참여했다.

정지훈은 "자전거 경주가 담겨 있는 가족 영화"라며 "남녀노소, 연령대 상관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제작자 이범수에 대해선 "대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이 있었다"며 "제작진을 믿고, 난 연기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이범수 선배의 권유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레인컴퍼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이범수 선배의 권유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레인컴퍼니

정지훈은 촬영 전부터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자전거 특훈에 돌입했다. 7개월 동안 하루에 8시간씩 탔다. '엉덩이 들어올리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등 연습에 매진했다. 촬영 기간 달린 거리는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2만 km에 달한다.

배우는 "하루에 찍어야 할 분량이 있어서 계속 달리기만 했다"며 "쉬고 싶어서 빨리 해가 떨어졌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맡은 엄복동은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이다. 순수한 청년이었던 엄복동은 자전거를 통해 영웅이 되고 이후 애국단원들과 엮이기도 한다. 배우는 엄복동의 성격과 걸음걸이를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 어른분들께 여쭤보면서 인물을 연구했어요.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때,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겠죠? 엄복동이 집에 와서 하는 행동이 아버지가 실제로 했던 행동이에요. 말투 역시 사투리와 억양이 있는 말투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정지훈은 엄복동을 순박하고 착한 청년이라고 해석했다. 엄복동에 대한 평가는 '자전거 도둑'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배우의 생각은 확고했다. 당시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는 거다.

엄복동과 애국단원 김형신(강소라)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형신이는 가공의 인물이다. 배우는 엄복동이 형신이를 짝사랑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가상의 인물과 연애하는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바라만 봐도 얼굴만 빨개지는 거죠. 초등학교 때 저도 그랬거든요. 말도 못 걸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겨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레인컴퍼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겨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레인컴퍼니

영화는 100억대 대작이다. 주연 배우로서 부담스러울 법하다. 정지훈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그래서 평가받는 부분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다만, 책임감은 크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관건이죠.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연히 장점도 단점도 있는 있을 겁니다. 영화에 처음부터 끝까지 CG(컴퓨터 그래픽)가 들어가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전 최선을 다할 뿐이죠."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던 김유성 감독이 하차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정지훈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부침이 없는 작업은 없어요. 앨범 작업할 때도 그렇고요. 촬영을 잘 마쳐서 개봉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전 프로입니다. 문제가 생겼다고 짜증 내는 건 프로답지 않습니다. 진짜 프로는 주변이 흔들려도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인터뷰 오전 당일에도 비판 기사가 잇따랐다. 배우는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분이 하시는 것"이라며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작품성보다는 내가 연기한 부분만 봐서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며 "내가 노력한 부분은 마음에 든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 했던 장면은 이해했다. 편집권한은 감독님께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한다"고 했다.ⓒ레인컴퍼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한다"고 했다.ⓒ레인컴퍼니

1998년 팬클럽 1집 앨범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비는 '나쁜 남자', '잇츠 레이닝',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 히트곡을 내며 최고 인기 가수로 군림했다.

그는 연기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상두야 학교 가자'(2003)를 필두로 '풀하우스'(2004),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14), '돌아와요 아저씨'(2016), '스케치'(2018) 등에 출연했다. 특히 비는 할리우드에도 진출해 '스피드 레이서'(2008), '닌자 어쌔신'(2009) 등에서 활약했다.

정지훈은 연예계 대표 노력파다.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가수가 됐고, 지금의 위치에 섰다. 엄복동과 비슷한 지점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봤다가 조금은 사라져가는 모습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고 배우는 얘기했다.

가수이자 배우인 그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다. 무대 위 정지훈과 배우 정지훈은 어떻게 다를까. "무대는 많이 경험한 곳이라 즐기기 위한 장소예요. 배우로 활동할 때는 긴장감을 낮추고, 많은 사람과 호흡하는 작업이 주를 이뤄요."

인터뷰 내내 솔직한 태도를 보인 정지훈은 "모든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2017년 1월 동료 배우 김태희와 결혼한 비는 같은 해 10월 딸을 얻었다. 결혼 후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 "제가 요즘 예술영화 찍는 분들과 친해지고 있어요. 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저만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도 싶고요. 결혼하고 나니 여러 시도를 하게 됐어요. 안정감을 느끼니까요."

차기작과 관련해선 "올해는 다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방송에서 그는 이제는 좀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가족, 친구와의 추억이 없어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칼을 좀 덜 갈고, 열정을 그만 불태우자"라는 그의 말이 새롭게 들렸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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