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회색코뿔소가 온다-중] '시한폭탄' 빚내 곳간 채우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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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6월 18일 20:31:39
    [보험업계 회색코뿔소가 온다-중] '시한폭탄' 빚내 곳간 채우기 계속
    보험사 자금 수혈 가속…장기 채권 쏠림 심화
    당장 짐은 덜겠지만…금리 상승에 부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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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2-21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그로 인해 간과하는 위험을 가리키는 회색코뿔소.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이후 글로벌 경제를 사로잡는 단어가 됐다. 그가 쓴 회색코뿔소는 중국의 불어나는 빚을 경고하는 표현이었지만, 최근 보험업계에도 남다른 시사점을 안기고 있다. 보험사의 보험금 관련 부채 부담을 두 배까지 늘릴 회계기준 변경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피할 수 없는 태풍에 대비하는 보험업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해 봤다.

    보험사 자금 수혈 가속…장기 채권 쏠림 심화
    당장 짐은 덜겠지만…금리 상승에 부담 현실로


    ▲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 채권에 손을 대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대비한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 레이스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급해지자 대부분 보험사들이 장기 채권에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짐은 덜 수 있어도 결국 언젠가 되돌아 올 빚인데다, 올라가는 이자율에 부담도 가시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화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국내 13개 생명보험회사는 모두 6조3000억원의 자본을 추가 조달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보업계의 총 자본(88조6000억원) 대비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대규모 자본 조달은 IFRS17 도입에 대한 준비로 풀이된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생보사들의 재무 건전성 위험은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자금 수혈은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이뤄졌다. 해당 생보사들의 자본 확충 가운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가 4조8000억원으로 총 조달금액의 75.5%를 차지했다. 유상증자는 1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24.5% 정도였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채권 금리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조사 대상 생보사들의 신종자본증권 평균 발행 이자율은 지난해 5.22%로 전년(4.38%) 대비 84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올랐다. 후순위채 금리도 같은 기간 3.85%에서 4.91%로 106bp나 상승했다.

    그런데 보험업계의 투자 수익률은 이를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전보다 관련 실적이 더 나빠지는 흐름을 보이면서 역마진에 대한 염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39개 일반 생·손보사들의 지난해 1~3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29%에 머물렀다. 같은 해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금리보다 1%포인트 안팎 낮은 수준이다. 또 1년 전 같은 기간(3.44%)과 비교해 0.15%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자금 확보에 있어 채권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IFRS17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시급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채권에 손을 대는 관행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재무 조달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차후적 방법이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발생되고 있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러한 회계 재무 리스크에는 금융 재보험을 활용한 자본 위험 관리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선 생명보험협회 시장지원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의 내부 유보가 가장 바람직한 자본 확충 방안이지만,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과도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 높은 수준의 이자 부담으로 인해 손익 악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와 효율적인 자산운용 등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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