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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못 펴는 비은행에…금융지주, 은행 쏠림만 더 심해졌다


입력 2019.02.19 06:00 수정 2019.02.19 00:23        부광우 기자

4대 금융지주 연간 순익 사상 첫 10조 돌파

은행 의존도 79.6%…1년 새 5.4%P 더 올라

4대 금융지주 연간 순익 사상 첫 10조 돌파
은행 의존도 79.6%…1년 새 5.4%P 더 올라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업별 순이익 규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업별 순이익 규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의 연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성적표는 한층 화려해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은행으로의 이익 쏠림 현상이 한층 심각해지며 균형감을 잃은 모습이다. 주요 비(非)은행 계열사들이 죽을 쑨 실적에 고개를 숙이면서 무늬만 금융그룹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우리·하나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총 10조6769억원으로 전년(9조9596억원) 대비 7.2%(7173억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은행권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후 상위 4개 그룹의 순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금융지주별로는 우선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탈환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3486억원으로 전년(3조993억원) 대비 8.0%(2493억원) 늘며 KB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순이익 1위로 올라섰다. KB금융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3조3114억원에서 3조689억원으로 7.3% 줄며 신한금융에 밀려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2조원 대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1년 전(2조368억원)보다 10.0%(2034억원) 증가한 2조2402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초 금융지주로 체제를 바꾼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도 같은 기간 1조5121억원에서 33.5%(5071억원) 늘어난 2조192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사실상 전적으로 은행에 의존해 이뤄진 결과란 점이다. 다양한 금융 업종을 한 지붕 아래 두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금융지주의 존재 의미가 무색한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4대 은행의 비중은 79.6%에 이르렀다. 74.2% 수준이었던 전년보다 5.4%포인트 더 오른 수치다. 이 기간 해당 은행들의 순이익은 7조3883억원에서 8조4971억원으로 15.0%(1조1088억원)나 증가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신한금융은 전체 순이익의 68.1%가 은행의 몫이었다. 그나마 신한금융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의 72.5%가 은행에서 발생했다. 하나금융은 93.4%를, 우리금융은 93.2%를 은행 순이익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에서 은행의 영역이 더 넓어진 이유는 단순하다. 그 만큼 비은행 자회사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다음으로 이익 규모가 큰 신한카드의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5194억원으로 전년(9138억원) 대비 43.1%(3944억원) 줄며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가 2119억원에서 2513억원으로, 신한생명이 1206억원에서 1310억원으로 각각 18.6%(394억원)와 8.6%(104억원)씩 순이익을 늘리며 한 숨을 돌렸다.

KB금융의 주요 비은행 자회사들 중에서는 KB손해보험이 3303억원에서 2623억원으로, KB증권이 2717억원에서 1788억원으로 각각 20.9%(680억원)와 34.2%(929억원)씩 순이익이 감소했다. 다만 신한금융과 반대로 카드사인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이 2968억원에서 3292억원으로 10.9%(324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90%가 넘는 순이익을 은행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엿볼 수 있듯, 비은행 계열사들 대부분의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었다.

하나금융에서 은행을 제외하고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은 1463억원에서 1521억원으로 4.0%(5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나카드의 순이익도 1064억원에서 1067억원으로 다소(0.3%·3억원) 증가하긴 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하나캐피탈 정도가 순이익을 904억원에서 1204억원으로 33.2%(300억원) 늘리며 의미 있는 성장 곡선을 그렸다.

우리금융 비은행 사업의 성적도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금융에서 은행을 빼고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자회사는 여전히 우리카드뿐이다. 우리카드의 순이익은 1012억원에서 1265억원으로 25.0%(253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여건 상 은행의 대출 사업에 절대적인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당장 변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국내 금융의 발전 차원에서라도 금융지주들이 좀 더 노력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이 이런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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