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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 상여금 '통상'은 맞고 '최저'는 안되고


입력 2019.02.15 06:00 수정 2019.02.15 06:06        조인영 기자

연장근로수당 인상·최저임금 인상분까지 챙기겠다는 노조 '몽니'

연장근로수당 인상·최저임금 인상분까지 챙기겠다는 노조 '몽니'

기아차 양재사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아차 양재사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버티면 이긴다."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조급해진 기아자동차와 달리 여유로운 기아차 노조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2.1%라는 저조한 성적을 받아든 기아차에게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이슈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당장 수 천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다.

고심 끝에 기아차는 전체 상여금 750% 중 600%를 기본급으로 바꿔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아니면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지 않고 매달 600%를 나눠 주겠다고 제안했다.

두 안 모두 상여금 600%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 통상임금에도 넣겠다는 것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평균 21% 늘려줘야 하는 큰 부담이 있지만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랐고,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연봉 6000만원대의 직원까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한다. '임금 폭탄'에 수 천억원의 부담을 지게 된 기아차로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한 셈이다.

하지만 노조는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고 거부했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기본급 인상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750%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적용받아 연장근로수당 인상 효과를 얻으면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부분은 그것대로 받자는 입장이다.

이대로만 버티면 연장근로수당 인상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모두 챙길 수 있으니 사측의 제안에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기아차 1인 평균 연봉 9300만원, 신입사원 초임이 5500만원이라는 고임금 구조에서 이 같은 행보는 위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과 제대로 역행한다.

노조의 이런 '배짱 몽니'는 기업 환경은 무시하고 노동자 입지만 높여준 정부 방침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1988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기업들은 그 기준에 맞게 임금 체계를 구축했는데, 30년 만에 법원에서 상여금을 '고정임금'으로 봐야한다고 뒤집는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후 기아차는 물론 주요 기업들이 줄소송을 당했다.

나아가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유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 상황을 방치했다. ‘매달 지급’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못 박아 놓고 노사 합의를 통해 상여금 지급시기를 변경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이다. 노조가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에 합의해주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했다.

같은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는 포함되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는 제외되는 모순된 상황을 정부가 만들었고, 노동계는 이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1억원에 육박하는 고임금에도 범법자 위기에 있는 기업 상황을 악용, 버티기로 일관하는 노조와 아무런 보전 없이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하라는 정부의 '모르쇠' 정책은 도를 넘어섰다.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노사관계는 공멸을 부른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버티면 이긴다'가 아니라 '버티면 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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