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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방어 모드 나선 한진그룹...“혁신·비전 모두 우리가”


입력 2019.02.13 18:03 수정 2019.02.13 18:20        이홍석 기자

KCGI 요구 일부 수용에도 경영권 의지 강조

주주친화 정책으로 주총서 우군 확보나서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KCGI 요구 일부 수용에도 경영권 의지 강조
주주친화 정책으로 주총서 우군 확보나서


그동안 국민연금과 KCGI(일명 강성부펀드)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듯 했던 한진그룹이 적극 방어모드로 전환했다.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회사의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는 등 경영권 방어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송현동 부지 매각 방침까지 밝히는 등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또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으로 내달 주총을 앞두고 우군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한진그룹은 13일 향후 5개년 중장기 계획으로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23’를 통해 2대주주인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개혁과 사업 모두 주체는 한진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날 발표는 전날 한진그룹이 KCGI의 주주제안을 이사회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적극적인 방어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KCGI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각각 10.81%와 8.03% 보유한 2대주주로 지난달 31일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선임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위한 주주제안서를 보내면서 지난 11일까지 제안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기업가치 제고 방안 ▲사회적신뢰제고방안 3가지 큰 틀에서 주주 제안을 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에 대해서는 사내이사·감사·사외이사 등의 선임을 제안했다.

이에대해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사외이사를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성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 회계 조직과 별개로 내부회계관리를 운영하는 조직과 이를 감독하는 조직을 각각 설치하고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도 단행했다.

이와함께 한진칼 및 (주)한진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두고 기존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역할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KCGI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차원에서 KCGI가 요구했던 지배구조위나 보상위원회를 직접 설치하지는 않기로 하는 등 한진그룹의 혁신과 변화의 주체가 될 것임을 보다 명확히 했다.

한진그룹은 이를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7성급 호텔 개발 계획이 무산된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3만6642㎡)는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부지에 호텔을 건설하는 것이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계속되는 공세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KCGI는 그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방안의 하나로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율도 부지의 매각을 요구해 왔다.

또 오는 2023년까지의 그룹의 실적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 수립 요구에도 응했다.

그러나 KCGI가 요구해 온 항공업 이외 투자 확대 지양, 항공우주사업부의 상장계획 수립 검토, 외부 기관 자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 등은 수용하지 않았다. 사업적인 부분은 경영진이 결정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경영권 간섭 여지를 애초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긍정적 여론 형성을 통한 우군 확보에도 나섰다. 현재 한진칼에서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5%나 되는 반면 2대주주인 KCGI 지분(10.71%)과 3대주주인 국민연금(7.34%)의 지분을 합해도 1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소액주주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배당 성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진칼 전체 지분의 약 4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감안하면서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역시 주주인 KCGI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주요 상장사와 공동으로 한진그룹 IR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고 밝힌 것도 KCGI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그룹 측은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우리가 스스로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꼭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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