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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활용 기업 10곳 중 7곳,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 반대


입력 2019.02.11 11:00 수정 2019.02.11 11:44        이홍석 기자

대기업 절반이상 포괄임금제 도입...일반사무직 가장 많아

일과 휴식 경계 불분명해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 어려워

포괄임금제 도입 직군.ⓒ한국경제연구원 포괄임금제 도입 직군.ⓒ한국경제연구원
대기업 절반이상 포괄임금제 도입...일반사무직 가장 많아
일과 휴식 경계 불분명해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 어려워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10곳 중 7곳은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 절반 이상(57.9%)이 일반사무직·영업직·연구개발직 등 다양한 직군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산정 애로가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주요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70.8%(80개사)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비중은 반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2%(33개사)에 그쳐 부정적인 평가가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포괄임금제 원칙 금지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80개사를 대상으로 반대 이유를 조사한 결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시장 혼란 가중 우려’라는 응답이 86.3%(69개사)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실근로시간 측정 관련 노사갈등 심화(52.5%·42개사) ▲기존 포괄임금 금품의 기본급화 요구(33.8%·27개사) ▲미지급 초과근로수당 환급 소송 증가(26.3%·21개사) ▲인건비 증가(22.5%·18개사)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찬성으로 응답한 33개 기업의 찬성 이유는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 원칙 준수’(51.5%·17개사), ‘근로시간 단축 기조 역행’(42.4%·14개사), ‘포괄임금제에 따른 임금 과소지급’(21.2%·7개사)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경연은 "사실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불가능한 만큼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포괄임금제의 금지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괄임금제도 원칙 금지 이전에 필요한 사전제도 정비방안에 대해서는 ‘일반 사무직 근로자를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에 포함’이라는 응답이 54.0%(61개사)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6개월 이상 계도기간 설정(39.8%·45개사) ▲고소득근로자를 대상으로 화이트칼라이그잼션 제도 도입(36.3%·41개사)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36.3%·41개사) ▲연장근로수당 할증률 인하(16.8%·19개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량근로시간제도는 업무방식 등을 근로자 재량에 맡기고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받는 관리직·행정직·연구개발(R&D) 등 전문직·컴퓨터직·외근영업직 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다.

또 선택적근로시간제도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1개월 정산기간 동안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82개사(42.1%)는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포괄임금제를 도입했다고 응답한 기업 113개사 중 절반 가까운 55개사(48.7%)는 ‘근로계약’에 근거를 두고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취업규칙’(33.6%·38개사), ‘단체협약’(9.7%·11개사), ‘기업관행’(2.7%·3개사) 등에 근거를 두고 포괄임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사무직’(94.7%·107개사), ‘영업직’(63.7%·72개사), ‘연구개발직’(61.1%·69개사), ‘비서직’(35.4%·40개사), ‘운전직’(29.2%·33개사), ‘시설관리직’(23.0%·26개사), ‘생산직’(13.3%·15개사), ‘경비직’(8.0%·9개사), 기타(4.4%·5개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95.6%·108개사), ‘휴일근로 수당’( 44.2%·50개사), ‘야간근로 수당’(32.7%·37개사)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업들이 다양한 직군에서 광범위하게 포괄임금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60.2%(68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서’가 43.4%(49개사), ‘기업 관행에 따라서’가 25.7%(29개사),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가 상시적으로 예정돼 있어서’가 23.0%(26개사),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8.0%(9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원인으로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해서’가 89.7%(61개사)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가 36.8%(25개사), ‘대기시간이 많은 근로’는 8.8%(6개사), ‘자연조건에 좌우되는 근로’ 5.9%(4개사)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8년에 기획·분석·조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스스로의 재량 하에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일하는 방식 개혁’ 차원에서 노동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고 증권애널리스트 등 1075만엔(약 1억1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고소득 전문직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실제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으로 불가피하게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포괄임금제 금지’를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로시간의 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해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확대,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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