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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당권주자, '허리띠 졸라매는' 설 명절


입력 2019.02.03 04:00 수정 2019.02.03 07:58        정도원 기자

기탁금 1억, 당원에 문자 한번 돌리면 천만 원

정치자금법 후원한도는 1억5천만 원에 불과해

기탁금 1억, 당원에 문자 한번 돌리면 천만 원
정치자금법 후원한도는 1억5천만 원에 불과해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 당시 후보자들의 펼침막이 합동연설회장 주변을 뒤덮은 가운데, 각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설치한 천막에서 후보자의 이름이 새겨진 풍선 등을 배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 당시 후보자들의 펼침막이 합동연설회장 주변을 뒤덮은 가운데, 각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설치한 천막에서 후보자의 이름이 새겨진 풍선 등을 배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이 다 모여 모두가 풍성한 설 명절이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있다.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2·27 전당대회에서도 당대표 후보들은 10억여 원, 최고위원 후보들은 3~6억 원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일성 지도체제로 전환된 뒤, 처음 치러졌던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 때와 비슷한 비용이다.

당권주자들의 지출항목은 △기탁금 △사무실 임대료 △명함·공보물·펼침막 제작비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 △인원 동원 비용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탁금은 한국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당대표 후보 1억 원, 최고위원 후보 5000만 원으로 정했다. 레이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돈을 묻고 뛰는 셈이다.

이른바 '캠프'를 국회앞 대하·대산·한양·극동VIP 등 '명당'에 차리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는 한 달여 남짓이지만, 사무실을 한 달 단위로 빌릴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수 개월을 임대하게 되면서 임대료가 1000만 원을 훌쩍 넘어가게 된다.

명함·공보물은 후보 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한 당권주자 캠프 관계자는 "규격이나 두께(페이지 수), 색도 등에서 밀리면 군소후보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크고 두껍게 풀컬러로 인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펼침막도 상대 후보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건물 외벽을 덮는 크기로 만들어 내걸어야 하는데 비용이 1000만 원을 웃돈다.

문자메시지는 32만 명 책임당원에게 총 7차례까지 발송할 수 있는데, 한 번 보낼 때마다 1000만 원 가량이 사라진다. 전당대회를 치러봤던 한 의원은 "막판이 될수록 피가 마르면서 밑에서 '한 번 더 보내야겠다'고 할 때마다 '그러자'고 하는데, 그 때마다 1000만 원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현실감각이 없어지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권역별로 순회하며 치러지는 네 차례의 합동연설회는 '전당대회의 꽃'이지만, 인원 동원 부담이 만만치 않다. 후보자가 연설할 때 연호나 환호·박수 소리에서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지역구나 지지 단체에서 어느 정도 인원을 전세 버스로 '모시는' 게 불가피하다.

이 경우 버스 대절비와 식대는 기본이며, 이번 전당대회가 겨울에 치러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손난로 등도 배포해야 할 수도 있다.

후보자의 세(勢)와 동원 능력이 여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름에 치러졌던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 때, 합동연설회 현장에 가보면 부채는 이○○ 후보표 부채, 생수는 강□□ 후보표 생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 당시 국회앞 '전당대회 명당'이라 불리는 모 빌딩에 김무성·서청원·홍문종 후보 등의 펼침막이 게첩돼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 당시 국회앞 '전당대회 명당'이라 불리는 모 빌딩에 김무성·서청원·홍문종 후보 등의 펼침막이 게첩돼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만 열성 지지자가 많은 후보는 이 지점에 있어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번 전당대회의 당권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세훈 전 시장이 합동연설회가 너무 많아 '돈 싸움'이 된다는데, 돈이 왜 드느냐"며 "지지하는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돈이 왜 드나. 나는 돈 안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합동연설회가 '돈 싸움'이라고) 그렇게 말한 분은 지금까지 정치를 그렇게 해왔느냐"며 "오히려 합동연설회 횟수를 더 늘리지 못해서 아쉽다. 자신 없는 사람은 나오지 말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기탁금 등 다른 지출 항목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전당대회 후원금이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은 제6조 5호에서 '중앙당 대표 및 최고집행기관 구성원(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당내경선 후보자는 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제12조 1항 4호에서는 그 후원금 한도를 1억500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탁금부터가 당대표 후보 1억 원, 최고위원 후보 5000만 원이다. 기탁금을 내면 후원금의 3분의 1에서 2에 달하는 비용이 단숨에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 때 출마했던 한국당 3선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하며 "그 때 아주 허리가 삐끗했다"고 말했다. 2016년 8·9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또다른 의원도 "당시 나는 아끼고 아껴서 3억 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다른 후보들은 그 두 배인 6억 원 정도를 썼을 것"이라며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국민의 혈세가 나가는 것도 아니고, 후보자들이 알아서 후원금을 거둬 치르겠다는데 굳이 비현실적으로 낮은 한도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자금 후원 한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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